내 책을 내가 빌리다.
내 운을 내가 빌리다.
출간 후 아침마다 나의 책을 검색해 본다.
(교보문고는 매장별 재고 부수를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
며칠 전, 교보문고 대구점에 8권의 재고가 있던 나의 책이 7권, 6권 이제는 5권이 되어있었다.
'누굴까?'
'즐겁게 읽어 주세요. 잘 쓴 글이 아니라 즐겁게 쓰인 글이니까요.'
오늘은 동네 도서관을 다녀왔다.
도서관을 갈 때마다 나의 책을 검색해본다.
'대출 불가'에서 신간도서 코너에서 '대출 가능'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거의 한 달만이다. 누군가가 희망도서로 내 책을 신청해주었고, 또 누군가가 빌려갔던 것이다.
더 이상 누구의 손길 없는 눈길로만 남겨져 있을 내 책을 내가 데려와보았다.
책을 본 순간 가슴 벅찬 뭔가가 밀려왔다.
그건 바로 안도감이었다.
낯선 누군가가 얼마나 열심히 읽고 또 읽었는지 책 페이지, 페이지가 부드럽게 펴져있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책이 출간된 지 두 달째 되었다.
1쇄를 찍은 지 일주만에 2쇄를 찍었다.
작은 출판사에서 늘 간절히 바라던 중쇄의 꿈이 이뤄진 것이다.
초판을 찍을 때 책이 다 팔리지 않아 출판사 창고에 쌓이는 일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책 중간, 중간 PPL을 넣었다. 출판계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자주 가는 카페, 에피소드가 벌어진 병원, 미용실 그리고 지인들에게 내가 쓰는 책에 이러이러한 내용을 실을 예정이니 책을 꼭 사 달라는 약속을 받아냈다.
이것이 초판 판매에 도움이 된 건 사실이다.
초고를 본 일러스트 작가인 친구가 선뜻 그림을 그려주겠다고 했고, 출판업계에서 닳고 닳은 디자이너 친구가 밤샘 작업을 했다. 네이버 책방에 미리보기가 밀라 논나 할머니와 같이 4일 동안 연재되었다.
매일신문사에서 이달에 책 소개 코너에도 실렸다.
나의 첫 책을 보며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난 참 운이 좋은 사람이야'
이 운이 대성하여 한 가지 운을 더한다면 서점에 진열된 책이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만약 이 운이 끝까지 가지 못해 다시 책이 돌아온다면 조금은 만신창이가 된 책이 돌아왔으면 좋겠다.
만약에 또 만약에 이 운이 거기서 끝이라면 지금처럼 매일 즐거운 글쓰기를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또 다른 운을 내가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작가 아닌 기록 디자이너 이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