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선수의 꿈을 꾸었다.
꿈에서 유명인이 나오면 머지않아 그 유명인의 소식을 듣게 된다는 해몽이 있다.
그래서 조만간 손흥민 선수의 골 소식이나 열애설 정도의 소식을 기대하며 기다렸다.
하지만 들려온 건 손흥민 선수의 코로나 양성 반응 소식이었다.
참........
진심으로 손흥민 선수의 쾌차를 기도 한다.
청도군의 재정이 좋은 편이라 이번 청도 소싸움축제에 손흥민 선수를 초빙했다. 소싸움보다는 손흥민 선수를 보기 위해 VIP 좌석을 예매했다. 운 좋게도 나의 좌석은 손흥민 선수의 바로 옆자리였다. 청도가 처음이기도 하고 평소 쾌활한 그의 성격이 그대로 묻어나면서 어느새 옆좌석인 나와 친해져 있었다.
모든 꿈이 그러하듯 중간 생략이 되고 급 반전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흥민아! 너는 왜 여자 친구가 없어?"
"글쎄요? 그게 잘 안돼요. 주변은 여자는 팬분들 밖에 없어요."
"그런데 누나, 혹시 저쪽으로 가는 길 아세요?"
"행사장 가는 길? 당연히 알지."
"그럼 저랑 같이 좀 가 주실래요?"
행사장으로 가는 길에 흥민이와 손을 잡으며 걸어가고 있었다. 그날 하필이면 내가 흰색 레이스 장갑을 끼고 있었다. (이 레이스 장갑은 아무래도 손흥민 선수가 있는 곳이 영국이고, 영국 하면 영국 여왕이 자주 착용하고 다니는 흰색 레이스 장갑에서 영감을 받은 듯하다.)
손을 잡고 가는 내내 레이스 장갑이 자꾸 미끄러져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때 마침 흥민이가 걷던 걸음을 멈추고 흘러내린 내 손의 레이스 정갑을 손가락 하나하나 끼우며 정리를 해주고 다시 손을 잡고 걷는 것이었다.
심쿵
행사장을 향해 한참을 걷던 흥민이가 그 근처 루지 타는 곳에 관심을 보였다.
"누나 저거 타봤어요?"
"응! 저거 재밌어."
"난 안 타 봤는데...."
"그래? 흥민아! 네가 타고 싶다면 누나가 같이 타 줄 수 있어. 탈래?"
"진짜요? 그럼 제가 티켓을 끊어올게요."
티켓은 5만 원인데 흥민이는 백만 원짜리 수표를 냈다. 매표소에서 95만 원의 거스름돈을 현금 세는 기계까지 동원 해 흥민이에게 거슬러주고 있었다. 95만 원의 현금이 나오는 것을 보며 흥민이가 나를 향해 한 마디 던졌다.
"누나! 이거 누나 다 가져요!!!"
역시 월드 클래스였다.
정말 행복한 꿈이 아닐 수가 없다.
아침에 일어나 남편에게 이 꿈 이야기를 전했다. 남편은 거기에 등장인물이 흥민이가 아니라 자신일 거라고 재차 확인을 요구했다.
"당신이 오늘 흥민이처럼 95만 원을 뽑아오면 당신일 거라고 믿어볼게."
그날 밤, 남편은 100만 원은커녕 만 원짜리 한 장만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그 꿈 내가 살게."
아내가 말도 안 되는 주책바가지 꿈을 꾸어도 그 꿈을 사가는 남편, 오늘도 오이 부부는 맑음이다.
P.S
이글로 인해 남편보다 오히려 손흥민 선수에게 누가 될까 염려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