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임스웹 우주 망원경으로 관측된 우주의 모습은 경의로움의 한계치를 넘었다. 어쩌면 어린 왕자가 실제로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런 우주의 모습을 접할 때마다 나는 S삼촌이 떠올랐다.
어린 시절의 우리를 지구에서 꺼내 저 머나먼 우주로 데려가겠다는 삼촌이었다.
S삼촌은 할머니의 조카뻘쯤 되는 먼 친척이었다. 촌수와 상관없이 우리는 그를 삼촌이라고 불렀다. 연중행사처럼 일 년에 한두 번, 낡은코트에 짙은 머플러를 걸친 다음, 나름 멋스럽게 빗어 내린 단발머리를 하고 나타났다.
그렇게 우리 집에 온 삼촌은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운 뒤 능글맞은 웃음으로 할머니의 질문을 요리조리 피해 가며 결국 용돈만 받고 사라졌다. 그리고 일 년 뒤 다시 나타났다를 반복했다.
한 번은 S삼촌이 낮이 아닌 새벽 그것도 술에 잔뜩 취해서 온 적이 있었다.
대청마루에 앉아 몇 시간을 술주정을 해대기 시작했고, 그중 할머니의 심기를 건드는 말을 했다. 화가 잔뜩 난 할머니가 갑자기 일어나 이부자리를 박차고 나가 마루에 있던 요강을 들어 그에게 껴얹었다.
"이 집에서 당장 나가. 그리고 다시는 나타나지도 마."
그날 순식간에 여름날의 모기장 바깥분위기가 음습한 공포분위기로 바뀌어 버렸다. 요강 속 오물을 맞은 그는 몇 번의 헛웃음소리를 남긴 채 유유히 사라졌다.
그리고 다음 해에도 그다음 해 여름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 해 겨울이 다 되어가서야 S삼촌이 다시 나타났다. 어쩐 일인지 할머니는 그를 반겼다. 평소 같으면 밥을 차려주고 안무인사 겸 용돈을 준 다음 바로 돌려보냈을 텐데... 그날은 웬일인지 자고 가라고 했다.
그날 밤, 우리는 처음으로 삼촌과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삼촌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신비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뛰어난 스토리텔링으로 우리를 단방에 현옥 시켰다.
"내가 너희 할머니에게 요강을 뒤집어쓴 날. 그날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아니?"
우리는 그저 신기한 듯 고개만 절레절레 저었다.
"그날 밤 삼촌이 너무 비참해서 울면서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큰 빛이 나를 비추며 따라 오는 거야."
"하늘에서요? 무슨 빛이요?"
"삼촌도 처음에 뭔지 몰라서 계속 하늘을 쳐다보니까 이런 우주선같이 생긴 게 내 머리 위에 떠 있는 거야? 그러더니 나를 거기에 태우는 거야."
"누가요?"
"당연히 외계인이지?"
"삼촌, 외계인 봤어요? 어떻게 생겼어요?"
삼촌은 숙제하던 내 공책 위에 둥근 타원 모양의 우주선을 그리며 머리 배 팔다리로 나뉜 외계인 2명을 그려주었다.
"이렇게 생겼어. 그런데 걔네들 착해. "
"우와!! 그런데 삼촌은 어떻게 여기 다시 왔어요?"
"걔네들이 나를 다시 데려다주었지. 나를 처음 태운 이곳으로. 그리고 내일 다시 데리러 온대."
그때 할머니가 S삼촌의 등짝을 후려치며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얼른 불 끄고 자라며 핀잔을 주었다. 그리고 나는 자기 전 삼촌에게 속삭였다.
"삼촌, 다음에 오면 저도 좀 데려가주세요."
"그래, 내일 가서 얘기해 보고 데려가 줄게."
10살이었던 나는 삼촌 덕분에 우주선을 탈 수 있다는 생각에 한껏 들떠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삼촌이 그려준 우주선 공책을 들고 학교에 갔다.
마치 내가 엄청난 보물지도를 가진 것처럼 단 한 명의 단짝 친구에게만 슬쩍 보여주며 으스댔다.
"다음에 S삼촌이 나도 여기 데려가준대."
"정말이야? 우와~진짜 좋겠다. 너희 삼촌에게 나도 같이 데려가달라고 부탁하면 안 돼?"
"그래, 이따 집에 가서 삼촌이 있으면 말해볼게. "
"제발, 꼭 부탁해. 꼭! 꼭이야."
집에 오니 삼촌은 또 사라지고 없었다. 정말 외계인이 우주선에 태워 데려가버렸다. 그래서 그 이후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삼촌이 나를 데려가지 않은 것에 슬펐지만 은근히 기다렸다. 그래도 삼촌은 돌아오지 않았다.
몇 년의 시간의 흐른 후 나는 삼촌이 왜 돌아오지 않았는지를 알았다. 삼촌은 우주로 간 게 아니라 망상과 환각 증세로 병원에 입원했다.
"삼촌! 그때 삼촌 눈에만 보이던 우주가 지금은 우리 눈에도 보여요. 보고 있나요? 당신의 우주를..."
지구 안을 보는 자
지구 밖을 보는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