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내가 만난 100인
어느 정도는 안다고 생각했지만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사람.
친구 JJ는 보험설계사다. 고학력의 유학까지 다녀온 이들의 콧대를 단방에 꺾을 만큼 고연봉자이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치킨배달까지 해 가며 생활을 해 온 그녀는 부지런하며, 유머감각까지 갖춘 아주 매력적인 친구였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이쯤에서 선을 긋게 만드는 단점이 있었다.
"너는 지금 어디니?"
"나 지금 교보문고. 넌?"
"교보? 그럼 내가 30분 안에 거기로 갈게. 같이 점심 먹자."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상황이다.
하지만 밥을 먹고 차를 마실 때쯤 그녀가 굳이 나를 찾아온 이유를 말해준다.
"이번에 우리 회사에서 새로 나온 상품인데 월 2만 원으로 암준비를 할 수 있어."
'이번에도 속았다.'
항상 JJ과 만남의 끝은 나를 씁쓸하게 만들었다.
어느새 나는 이런 그녀와의 연락을 피하게 되었고, 우리는 서로의 결혼식도 가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백화점에서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그녀와 딱 마주했다.
그녀는 진심으로 나를 반가워했고 더 이상 보험설계사는 하지 않는다며 진짜 아줌마가 된 편안함으로 나를 대했다. 그날은 웬일인지 지갑도 먼저 열었다.
나는 변한 그녀가 좋았다. 처음부터 내가 바라던 관계였으며, 기대했던 그녀의 모습이었다. 그날 둘이서 그동안 못다 한 수다를 떨다 헤어졌다. 나는 처음으로 그녀와 헤어진 후 아쉬움이 남았다.
며칠 후 JJ에게서 문자가 왔다.
"나 찹쌀케이크 구웠어. 일요일 잠깐 만나."
"일요일은 글쎄. 시간이 될지 모르겠어."
"내가 너 있는 곳으로 가서 케이크만 주고 바로 갈 거야. "
"그럼 내가 너무 미안한데...."
"미안할게 뭐가 있니? 내가 주고 싶어서 주는 건데..."
"암튼 고마워! 그럼 일요일 잠깐 보자."
진짜 JJ는 본인이 직접 만든 케이크만 손에 넘겨주고 바로 떠났다. 그날 저녁 남편과 케이크로 풍성해진 티타임을 가졌다.
다음날 나는 그녀에게 순삭 한 케이크 인증사진을 첨부한 문자를 보냈다.
"케이크 정말 잘 먹었어. 다음에 내가 맛있는 밥 살게."
잠시 뒤 그녀도 사진을 첨부한 문자를 보냈다. 사진은 그녀의 아들 사진이 있는 초대장이었다.
"다음 주 토요일 저녁 우리 아들 돌잔치야. 시간 되면 밥 먹으러 와."
그랬다. JJ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어쩌면 나혼자서 그녀가 변하길 바랐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다시 그녀를 멀리했다.
변함이 없는 자
변함을 기대했던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