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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영 Feb 13. 2023

9.내가 만난 100인

빗속의 그녀.

아침부터 보슬비가 내렸다. 카페 통유리 창가앉아 비구경과 그 속을 걸어 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그날도 비가 내렸다.

지금과 다른 건 그날은 비가 억수처럼 내리는 날이었고, 그때 그 안에는 그녀가 있었다.


진짜 억수처럼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내리는 빗물을 우산이  다 막아내지  못한 날이었다.

그리고 빗소리보다 큰 울음소리가 더 크게 울리던 날이었다.

소리를 따라 우산을 들었다.

20미터쯤 에서부터 50대 보이는 여자가 울면서 빗속을 걸어오고 있었다.

마치 빗물과 눈물로 홀딱 젖은 자신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수치심마저 그녀에게는 사치스러워 보였다. 어디선가  모든 배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의  충격을 받은 듯했다. 여자는 주변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팔꿈치로 눈물과 빗물을 계속 닦으며 훌쩍 거리며 앞을 향해 나아왔다.

 지금껏 살면서 목격한 사람들 중 가장 비탄에 빠진 여자였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다가가 우산을 씌워져도 될까?'


하지만 차마 용기 없는 자는  앞을 지나가는 그녀를 멍뚱히 바라만 보았다. 나또한  그녀에게는 그저 의미 없는  배경이 되고 말았다.


그녀가 지나간 자리를 잠시 돌아본 뒤 다시 앞을 보았다.

앞에서  마주 오는 다른 이와 눈이 마주쳤다.

그 눈빛도 나와 같았다.


용기 없는 자.

같은 배경이 되어버린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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