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보슬비가 내렸다. 카페 통유리 창가에 앉아 비구경과 그 속을 걸어 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그날도 비가 내렸다.
지금과 다른 건 그날은 비가 억수처럼 내리는 날이었고, 그때 그 안에는 그녀가 있었다.
진짜 억수처럼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내리는 빗물을 우산이 다 막아내지 못한 날이었다.
그리고 빗소리보다 큰 울음소리가 더 크게 울리던 날이었다.
소리를 따라 우산을 들었다.
20미터쯤 앞에서부터 50대로 보이는 여자가 울면서 빗속을 걸어오고 있었다.
마치 빗물과 눈물로 홀딱 젖은 자신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수치심마저 그녀에게는 사치스러워 보였다. 어디선가 이 모든 배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의 충격을 받은 듯했다. 여자는 주변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팔꿈치로 눈물과 빗물을 계속 닦으며 훌쩍 거리며 앞을 향해 나아왔다.
지금껏 살면서 목격한 사람들 중 가장 비탄에 빠진 여자였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다가가 우산을 씌워져도 될까?'
하지만 차마 용기 없는 자는 내 앞을 지나가는 그녀를 멍뚱히 바라만 보았다. 나또한 그녀에게는 그저 의미 없는 배경이 되고 말았다.
그녀가 지나간 자리를 잠시 돌아본 뒤 다시 앞을 보았다.
앞에서 마주 오는 다른 이와 눈이 마주쳤다.
그 눈빛도 나와 같았다.
용기 없는 자.
같은 배경이 되어버린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