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우리 동네에는 '선희'라는 아이가 있었다.
까만 눈동자의 단발머리 선희는 정신지체 장애인이었다. 장애인에 대한 낯섦과 편견이 더 심했던 그 시절이었지만 우리에게 선희는 그저 조금 부족하고 도움이 필요한 아이였다.
선희는 매일 웃으며 동네를 누비고 다녔고 종종 뭔가에 홀린 듯 한 곳만 응시하며 자신이 입고 있던 바지가 엉덩이까지 내려가는지도 몰랐다.
그럴 때마다 동네아이들은 바지가 내려간 선희를 놀리는 게 아니라 그저 아무렇지 않게 대했다.
"선희야! 바지 올려~"
"선희야!! 바지 올려~"
선희는 항상 서, 너번 반복해서 말을 해야지만 행동으로 옮겼다. 먼저 크게 씩 웃고는 바지춤을 한쪽 손으로만 끌어올렸다. 나머지 반대편 바지는 또 조금씩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또 다른 아이가 재빨리 뒤돌아 자신의 바지를 올리는 시늉을 하며 더 큰소리 말했다.
"선희야, 이쪽도 이렇게 올려!"
"선희야, 이렇게 올리라고!"
그때 우리 중 어느 누구도 선희에게 화를 내지 않았으며, 동네 아주 못된 아이들조차도 선희를 괴롭히기는커녕 오히려 보호해 주었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선희에게만큼은 친절했다.
땅따먹기나 라면땅 같은 놀이를 하다가도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한 번씩 선희에게 시선이 가 있었다. 그러다 가끔 한 아이가 소리쳤다.
"선희야, 그거 주워 먹으면 안 돼."
"선희야, 그쪽으로 가면 안 돼."
"선희야, 너희 엄마가 불러."
선희는 동네에서 늘 그런 아이였고 우리 또한 늘 그런 아이들이었다.
그렇게 몇 년 동안 떠돌던 선희가 조금씩 아프기 시작하면서 점차 우리들 곁에서도 영원히 자취를 감추었다.
애석하게도 우리는 또 거기에 익숙해져 갔다.
그런 그런 세상을 살았던 자
그렇지도 않은 세상을 살아가는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