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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현중 Jul 08. 2021

지나간 시간이 돌아올 때

2021년 7월 8일 목요일

  헛되이 보낸 시간들이 다시 돌아올 때가 있다. 밀린 과제의 제출 기한이 미뤄졌을 때, 일주일 남은 시험기간이 연기되었을 때. 그저 제출일이 연기되었을 뿐인데, 시험날이 연기되었을 뿐인데, 우리는 시간을 더 벌었다고 느낀다. 그 뒤에 해야 할 일들을 할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애써 무시한 채로, 바로 앞에 있는 일을 준비할 시간이 늘었다며 기뻐한다. 그저 스치듯 보낸 지난 일주일이 다시 돌아왔다고 느낀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지난주 코로나로 인해 시험이 미뤄졌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 소식을 들은 나는 먼저 헛되이 보낸 지난 시간을 다시 돌려받았다고 느꼈다. 그건 비단 나뿐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


  시간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내가 살아가는 시간, 내가 생각하는 시간이 그것이다. 내가 살아가는 시간은 그저 밥을 먹고, 휴대폰을 하고, 인터넷을 검색하는 내가 살아가며 스치듯 지나가 기억에 남지 않는 시간들이다. 이런 시간들이 많아지면 우리는 시간을 헛되이 보냈다고 느낀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시간은 다르다. 지나가다 숲에 숨어있는 고양이를 보고 귀여워하다 근처 마트에서 간식을 하나 사서 오거나, 보도블록 사이에 피어난 새싹을 보고 흙을 좀 더 덮어 주는 시간들, 우리가 무언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시간들은 우리의 삶을 조금 더 알차게 만든다.


  내가 생각하는 시간은 쉽게 내기 어렵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내가 생각하는 시간은 밀려나 있고, 살아가는 시간으로만 하루를 가득 채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바쁜데 어떻게 생각하는 시간을 낼 수 있겠는가. 학생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이건 힘든 일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하루에 조금씩은 생각하는 시간을 낼 수 있다. 길을 지나가며 유튜브를 보는 대신 하늘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삶을 볼 수 있다. 자기 전 친구와 연락을 주고받는 대신 창 밖의 달을 볼 수 있다.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우리는 생각하는 시간을 낼 수 있다. 우리가 그 수많은 순간을 놓치며 살아갈 뿐이다.


  내가 지난 시간을 생각하는 시간으로 채우며 보냈었다면, 나는 시험이 연기되었을 때 '지난 시간을 돌려받았다'라고 생각할 수 있었을까, 이번 주를 더 가치 있는 시간으로 채워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한번 도전해보자. 내가 돌려받은 시간을 '내가 생각하는 시간'으로 채워나가는 일을. 생각이 흘러가는 길에서 생각의 물결이 바뀔 때, 그 물결에서. '내가 살아가는 시간'을 '내가 생각하는 시간'으로 바꾸어나가는 일을. 내 생각으로 시간의 흐름을 가득 채우는 것을. 


나는 오늘을 생각하는 시간으로 채웠는지 돌아보며 오늘 하루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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