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7일 수요일
장마철이라 소나기가 온다. 그래도 더워서 창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창문을 열어놓고 나니 빗소리와 벌레 소리가 쓸쓸하게 들려왔다.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내다볼 만 하지만 난 그러지 않았다. 그럴 생각조차도 들지 않았다. 그냥 창문을 여니 바람과 비, 새소리가 들어온다는 사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을 뿐이었다. 그냥 내 생각을 잠시 스쳐 지나갔을 뿐이었다.
내 머릿속에는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가곤 한다. 지나쳐간 생각들을 모두 잡아올 수 없을 만큼 말이다. 그렇게 스쳐 지나간 수많은 생각들 중에는 내 삶을 모두 바꿔줄 수 있는 새로운 발상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 발상은 스쳐 지나갈 뿐 결국 내 생각이 아니고, 잡으려고 해도 잡을 수 없다. 작가들은 보통 메모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나는 메모도 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오늘 했던 생각들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글을 써 내려갈 뿐이다.
오늘 내게 스쳐 지나갔던 생각들 중, 남아있는 생각들을 믿어보자. 내 생각이 그것들을 간직하기로 결정했다면, 분명 내게 큰 의미가 숨겨져 있을 테니. 내가 그 의미를 찾으려 하지 않는다면 찾아내지 못할, 숨은 의미가 존재할 거라 믿어보자. 밤이 오면, 한번 생각을 믿어보자. 어쩌면 오늘 밤이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테니.
오늘 나는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돌아보며 오늘 하루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