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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현중 Aug 01. 2021

듣다, 읽다

2021년 8월 1일 일요일

  오늘 친구와 점심을 먹으며 대화를 나눴다. 친구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긴 말에 나는 잠시 맥락을 놓치고 다음 할 말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무심코 친구의 말에 이렇게 대답하고 말았다. "그렇지 그렇지." 말하고 나서야 나는 그 대답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장난식으로 분위기는 넘어갔지만 나는 한동안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나는 내가 자신이 할 말을 생각하느라 상대방의 말을 듣지 못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그 생각이 비참하게 무너지는 경험을 했다. 


  나는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내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 브런치를 시작했고, 그 전에도 블로그나 일기장 등에 내 이야기를 적어놓곤 했다. 그래서 나는 주로 이야기를 하는 편이었다. 그렇지만, 들어줄 사람이 없으면 말은 공기의 작은 떨림에 불과하다. 읽어줄 사람이 없으면 글은 한 장의 종이에 불과하다. 듣음으로써 말은 완성되고, 글은 마침표를 찍게 된다. 모두, '말하는 사람' 이 아닌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나는 그것을 모르고 있었다. 얘기하면 늘 들어줄 사람이 있었고, 쓰면 늘 읽어줄 사람이 있었다.


  내 말을 들어줄 사람이 있었기에 내가 말을 할 수 있었다. 이젠, 다른 사람이 내게 편히 말할 수 있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들어주며 살고 싶다. 아직은 쉽지 않지만, 내 말을 들어주었던 사람들을, 내 글을 읽어주었던 사람들을 생각하며 조금씩 듣는 귀와 읽는 눈을 열어가야겠다. 다른 이들이 나로 인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오늘은 어떤 말들을 들어주었었는지 돌아보며 하루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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