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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현중 Jul 27. 2021

위선과 위로 그 어딘가

2021년 7월 27일 밤

  가끔 누군가의 불행한 소식을 접할 때면 괜히 그 사람을 위로해 주고 싶어 진다. 나 역시 친구가 힘든 일이 있다고 하면 해결해줄 방법을 찾기 시작하고, 위로를 위한 말을 다듬기 시작한다. 그러나 가끔 내가 힘들 때면, 아무에게도 위로받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나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나를 위로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작 나는, 그 사람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위로를 해주려 하고 있던 것이다. 그것은 명백한 위선이었다.


  오늘 친구가 연인과 헤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다른 친구가 그 연인의 이름을 알려달라고 하는 것을 말렸다. 나는 이름을 모르더라도 충분히 위로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냥 헤어진 사실 자체를 위로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집에 들어가며 생각해보니, 그것 또한 위선이었다. 그 친구의 연인을 제대로 모르고, 지금까지 친구와 연인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이해하지 못하면서, 정성스레 다듬어 건넨 한마디를 친구는 위로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위로를 하며 친구의 기분이 나아진다면 그건 분명 좋은 일이다. 가끔 가벼운 고민 정도는 들어주는 것 만으로 풀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고민이 상대방의 진실된 고민이라면, 성급히 건넨 위로는 아무리 좋은 말일지라도 위선이 되기 쉽다. 우리는 위선과 위로 사이 그 어딘가에서 적당한 곳을 찾아, 상대방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를 바탕으로 위로를 건네야 한다. 위로를 위해 다듬은 말이, 나도 모르는 새에 위선이라는 비수가 되어 있을 수 있다. 그 사이에서. 우리는 건넬 말을 고민해야 한다.



오늘 내 말이 위선과 위로 중 어느 쪽으로 기울었었는지 돌아보며 하루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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