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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현중 Jul 28. 2021

받은 만큼 돌려주다

2021년 7월 27일 화요일

  오늘은 이런 말을 들었다. "나는 받은 거의 두배만큼 돌려주는 사람이야." 이런 말을 들으면서 나는 내가 받은 것 중 무엇을 돌려주었는지 고민하게 되었다. 받은 건 많았고, 돌려준 건 없었다. 밥을 먹을 때도 난 돈이 없었기에 늘 친구들이 사주곤 했으며, 나는 그 조차도 이제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항상 친구들은 꼭 물질적인 것 만이 아니라도 나에게 돌려받는 게 많으니 상관없다고 말하였지만, 늘 무언가를 받아왔던 내 마음은 마음 한편에 계속 쌓여왔다. 그 쌓였던 미안함이, 그 말을 듣자 슬쩍 고개를 내밀었다.


  그동안 나에게 많은 것들을 베풀어 주었던 사람들 중에는, 나에게서 무언가 얻어가려고 하는 사람들, 그저 내가 좋아서 베푼 사람들, 내가 부탁해서 마지못해 베풀어준 사람들이 있었다. 받을 때에는 고마웠고, 받고 나서는 잊어버렸다. 나는 흔히 말하는 "잘 먹을게"라는 말 하나 건네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돌이켜보니 나는, 그 사람들에게 돌려준 것이 없었다. 그저 막연하게 돌려줘야겠다는 의무감만 들었을 뿐, 내 것을 사기에, 내 것을 챙기기에 바빴지, 정작 남들에게 받은 것을 돌려주지는 못했다.


  베풀어준 사람들에게 미안했다. 돌려주길 바라고 베풀어 준 것이 아니더라도, 그 베풂에 내가 보답하지 못했다는 것이 미안했다. 돌려주고 싶어도 돌려줄 수가 없다며 자신을 속이기에 바빠 남을 챙기지 못한 날들이 스치듯 지나갔다. "받은 것의 두 배만큼"돌려주는 사람이 있는데, 그동안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내가 보답으로 주었다고 할 수 없는 것들을 보답으로 주었다며 생색내기에 바쁘지는 않았는가. 마음 한쪽이 아파온다. 당장 내일부터 두 배만큼 돌려주고 싶지만, 그러기엔 내 그릇이 너무 작다. 나는 내일도, 받기만 하는 사람으로 살아갈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받기만 하지는 말아야겠다. 두 배만큼 돌려주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내일부터는, 받은 만큼이라도 그들에게 돌려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내 것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받은 것은 돌려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그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 내 마음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서, 다른 이들에게 받은 것들은 돌려주며 살아야겠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가득 쌓여있던 마음의 짐들이 모두 덜어져 가벼운 마음으로 무언가를 기뻐하며 받을 수 있는 날이, 밥을 얻어먹으며 "잘 먹을게"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날을 위해, 내일부터는 돌려주는 삶을 살아야겠다.



오늘은 누구에게 무엇을 받았었는지 돌아보며 오늘 하루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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