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학교수가 말하는 음식, 언어, 그리고 사전
나는 한식을 공부하고, 만들고, 글로 남기며 연구하는 사람이다.
어떻게 만들었는지, 어떤 재료를 썼는지, 어느 지역의 음식인지는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나 말고도 충분히 누군가 대신 말해줄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내가 더 오래 붙들고 싶은 것은,
한식에 담긴 흥미로운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떠받치고 있는 한글의 자리다.
그래서 나는 한국어 교원 2급을 취득했다.
요리를 더 잘 가르치기 위해서라기보다,
한식을 둘러싼 언어와 의미를 더 정확하게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Bulgogi’와 ‘Kimchi’를 넘어 이제는 ‘Banchan’과 ‘Kimbap’이라는 단어가
번역 없이 세계인의 사전에 오르고 있다.
이 현상을 보며 나는 자주 멈춰 서게 된다.
한식이 유명해졌다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건 유행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어가 더 이상 설명되지 않아도 되는 언어가 되었는가라는 질문에 가깝다.
한국어학자 이은경 교수는 이러한 사전 등재 현상을 두고
한국어가 더 이상 ‘번역의 대상이 되는 주변 언어’가 아니라
세계 언어 환경 속에서 의미를 생산하는 언어로 인식되기 시작한 신호라고 말한다.
사전에 오른다는 것은
그 단어가 더 이상 설명의 대상이 아니라 필요한 개념으로 받아들여졌다는 뜻이다.
김치와 비빔밥, 소주라는 단어가
이제는 타 언어권의 문장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다는 사실은
한식이 문화 소비의 대상에서 벗어나 언어의 일부로 스며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음식이라는 영역은
언어와 문화가 가장 일상적으로 만나는 지점이다.
다른 말로 완전히 치환하기 어려운 이유도 그 때문이다.
‘kimchi’를 아무리 자세히 설명해도 그 단어가 지닌 식문화와 정서는 빠져나가고 만다.
그래서 한국어 발음을 그대로 사용하는 선택은 편의가 아니라 태도에 가깝다.
그 음식을 고유한 이름으로 인정하겠다는 선언이자,
한국어 자체를 존중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이야기가
한식을 더 잘 팔기 위한 전략이 아니라
한식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되기를 바란다.
한식은 이제 설명의 대상이 아니라 그 자체로 문장이 되고, 언어가 되고 있다.
그리고 그 언어를 제대로 말하기 위해
나는 요리뿐 아니라 한국어를 함께 공부하고 있다.
한식을 말하는 일이 재료와 조리법을 넘어
언어와 문화, 그리고 사고의 방식까지 닿을 수 있다면,
그것이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다.
음식 너머에 머무는 속삭임, 두부의 이야기( ˶˙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