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국, 명태를 생각하다

동태와 북엇국 사이에서 따뜻해지는 마음

by 두부


난 동태탕과 북엇국을 좋아한다.
겨울이 깊어질수록, 이상하게도 이 두 가지 국이 자꾸 떠오른다. 배가 고파서라기보다, 몸과 마음이 먼저 기억하는 맛에 가깝다.


동태는 지금처럼 날이 매서울 때 더 잘 어울린다. 냄비에서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동태탕은 보기만 해도 온기가 전해진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입 떠먹으면, 얼큰함 속에 동태 특유의 녹진한 맛이 서서히 퍼진다. 추위로 굳어 있던 몸이 조금씩 풀리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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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황태덕장]

포슬포슬한 동태살을 한 점 집어 입에 넣으면, 예상보다 훨씬 부드럽다. 살은 쉽게 흩어지고, 그 따뜻함이 입안에서 천천히 번진다. 매운맛보다 먼저 오는 건 안도감이다. 속이 편안해지고, 괜히 깊게 숨을 한 번 더 쉬게 된다. 동태탕은 몸을 깨우는 국이 아니라, 몸을 안심시키는 국에 가깝다고 느낀다.


북엇국은 또 다르다.
동태가 지금 이 순간의 추위를 녹여준다면, 북엇국은 시간을 품고 있다. 바짝 말린 북어는 건조의 시간을 지나며 감칠맛이 응축된다. 물에 불리고, 오래 끓이고, 그렇게 기다린 끝에야 비로소 국이 된다.


북엇국을 끓이는 냄비에서는 요란한 소리가 나지 않는다. 대신 은근한 향이 천천히 퍼진다. 국물은 맑고, 맛은 구수하다. 한 입 먹으면 허했던 속이 조용히 달래진다. 이 국은 배를 채우기보다는 마음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음식처럼 느껴진다. 괜히 말수가 줄어들고, 생각이 느려진다.

[무교동 부엇국]


조선의 기록을 들춰보면, 겨울에는 말린 생선이 자주 등장한다. 『동국세시기』와 『규합총서』에는 북어와 같은 포가 겨울 음식으로 반복해서 언급된다. 생선을 말려 두었다가 국으로 끓여 먹는 방식은 단순한 조리법이 아니라, 겨울을 견디는 생활의 지혜였다. 그때의 사람들도 아마 지금의 우리처럼, 추위 속에서 이런 국 한 그릇에 위로를 받았을 것이다.


명태는 이름이 많은 생선이다. 얼리면 동태가 되고, 말리면 북어가 된다. 같은 생선이지만, 계절과 시간이 다른 얼굴을 만들어냈다. 동태탕과 북엇국의 차이도 결국 여기에서 비롯된다. 재료가 달라서가 아니라, 그 음식을 필요로 했던 순간이 달랐기 때문이다.


동태탕은 지금의 추위를 견디기 위한 국이고, 북엇국은 오래 쌓인 허기를 다독이는 국이다. 하나는 몸을 데우고, 다른 하나는 마음을 채운다. 그래서 겨울이 되면 자연스럽게 이 두 국을 번갈아 찾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사계절 내내 비슷한 음식을 먹을 수 있지만, 그래도 겨울에는 여전히 명태가 떠오른다. 계절을 따라 이름이 달라지고, 국의 성격이 달라졌던 생선. 그 안에는 한때 우리가 계절에 맞춰 먹고, 몸의 상태에 귀 기울이며 살았다는 기억이 남아 있다.


동태탕 한 그릇으로 오늘의 추위를 녹이고,
북엇국 한 그릇으로 마음의 공허를 달래며,
겨울은 그렇게 지나간다.


음식은 여전히, 우리가 계절을 건너는 가장 조용한 방법이다.



음식 너머에 머무는 속삭임, 두부의 이야기( ˶˙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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