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고 있는 그 맛, 그것은 정말 그대로일까
어느 날부터 국이 깊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짜고 싱겁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오래 끓였는데도 국물은 얇았고, 한 숟갈을 뜨면 맛의 결을 느낄 틈도 없이 입안에서 금세 사라졌다. 이유를 남기지 않은 채였다.
그 이유가 늘 궁금했다.
왜일까.
예전의 장은 시간을 품고 있었다.
콩을 삶고, 띄우고, 말리고, 기다리는 과정이 곧 맛이 되었다. 간장은 짠맛 이전에 깊이가 있었고, 된장은 국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미 서사를 가진 재료였다. 그래서 한 숟갈이면 충분했다. 간을 맞춘다기보다, 음식의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에 가까웠다.
변화된 맛이 늘 마음에 걸렸던 나는 마트에서 장류의 재료명을 유심히 보기 시작했다. 나열된 단어들 사이로 낯선 표현들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내 두 눈을 의심했다.
‘이건… 내가 알던 의미가 아니지 않나.’
혹시 내가 잘못 이해한 건 아닐까 싶어 단어의 뜻을 다시 찾아봤다.
하지만 결과는 바람과 달랐다.
지금의 간장과 된장은 다르다.
대부분의 장은 더 빠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대두에서 기름을 짜고 남은 단백 원료를 활용하거나, 발효 시간을 단축한 공정이 일반화되었다. 법적으로 문제는 없고, 위생 기준도 충족한다. 무엇보다 가격과 생산 안정성 면에서 합리적이다.
이 변화는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콩과 참깨 같은 원재료는 기후 변화와 국제 시장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국산 원료는 이미 일상적으로 쓰기 어려운 가격대가 되었고, 수입 원료 역시 예전처럼 저렴하지 않다. 업장에서는 가격을 올리기 어렵고, 가정에서는 장을 담글 여유가 없다. 선택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슬프게도 조금씩 익숙해졌다.
한 숟갈로 부족한 맛에 두 번, 세 번 간장을 넣는 것에. 된장이 국의 중심이 아니라 배경이 되는 것에. 맛이 모자라면 조미료로 보완하는 방식에. 그렇게 음식은 완성되지만, 기억에 남는 지점은 사라진다.
이쯤에서 사람들은 묻는다.
이게 가짜냐, 진짜냐고.
하지만 이 질문은 어쩌면 너무 단순하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속임의 문제가 아니라, 기준이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무엇을 간장이라 부르고, 무엇을 된장이라 말하고 있는지에 대한 기준이 조용히 바뀌고 있다.
이 변화는 누군가를 탓한다고 멈추지 않는다.
업장은 생존의 문제 앞에 서 있고, 그렇게 전통은 기억 속으로 조금씩 밀려난다.
그럼에도 혀는 기억한다.
예전의 국이 왜 한 숟갈만으로도 충분했는지, 된장이 왜 국의 바닥을 단단하게 받쳐주었는지. 설명할 수는 없어도, 다르다는 사실만은 분명하게 남아 있다.
이 글은 무엇이 옳은지를 말하려는 글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채 받아들이고 있는 맛의 변화가 사실은 꽤 많은 조건 위에 놓여 있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가격, 기후, 시간, 선택. 그 모든 것이 오늘의 식탁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어느 날 국을 끓이다가
문득 예전 같지 않다고 느꼈다면
그건 추억이 미화된 탓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맛은 가장 먼저 변하고,
우리는 늘 가장 나중에 알아차린다.
그럼에도 이런 현실 속에서
힘들고 어려운 선택을 하며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이들에게
감사를 남기고 싶다.
음식 너머에 머무는 속삭임 두부의 이야기 ( ˶˙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