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향으로 넘어간다

쑥이 알린 봄, 방아가 연 여름

by 두부

봄이 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향이 있다.
꽃보다 빠르고, 색보다 먼저 도착하는 향.
쑥이다.

PhotoshopExtension_Image (11).jpeg [겨울의 끝 봄의 시작을 알리는 쑥]

쑥은 봄의 전령사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겨울의 끝에서 가장 먼저 땅을 밀어 올리고, 맛보다 향으로 계절을 알린다.
쑥을 먹는다는 건 봄을 설명하는 일이 아니라,
봄이 왔다는 사실을 몸으로 받아들이는 일에 가깝다.


그런데 한국의 봄에는 쑥만 있는 것이 아니다.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서울에서는 쉽게 만나기 어려운 또 다른 향이 있다.

PhotoshopExtension_Image (12).jpeg [여름의 햇살 내음을 먼저 알리는 방아]

방아.

처음 방아를 맛보았을 때를 아직도 기억한다.
익숙한 부침개의 형태였는데,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설명하기 어려운 향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쑥처럼 계절을 말하지도, 깻잎처럼 강하게 주장하지도 않지만 분명히 “여기”라는 장소를 남기는 향.


남도에서는 정구지, 그러니까 부추에 방아를 아주 조금 넣어 지짐이를 부친다.
많이 넣지 않는다.
방아는 늘 그렇듯, 주인공이 되려 하지 않는다.


기름 위에서 부추가 숨을 죽일 때쯤,
방아는 마지막에 들어가 향으로만 존재한다.

이 지짐이는 서울의 부침개와 닮아 있지만, 같지 않다.
부추전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낯설고, 허브 요리라고 부르기엔 너무 토속적이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한 입 먹는 순간,
“이건 집에서 먹던 맛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든다.

방아는 한국 허브 중에서도 유독 지역적이다.


누군가에게는 평생 먹어온 향이고, 누군가에게는 다시는 못 잊을 첫 경험이다.
이런 허브는 설명보다 기억으로 남는다.

우리는 바질을 허브라 부르면서, 방아를 그냥 나물이라고 불러왔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방아야말로 향으로 음식을 바꾸고, 소량으로 인상을 남기며, 대체 불가능한 존재다.

허브는 외국에서 온 식물이 아니라
음식에 남는 향의 방식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방아는 분명,
한국 식탁에 오래전부터 존재해온 허브다.

정구지와 방아 지짐이


재료
부추 한 줌
방아잎 한 작은 줌
밀가루 또는 부침가루

소금 약간
식용유

만드는 법
부추는 4~5cm 길이로 썬다.


방아잎은 꼭지를 제거하고 굵게 다진다. 많이 넣지 않는다.
볼에 부추와 방아를 넣고 가볍게 섞은 뒤,
부침가루와 물을 넣어 묽게 반죽한다.
소금으로 간을 살짝 한다.
달군 팬에 기름을 두르고 얇게 부쳐낸다.


이 지짐이는 간장보다 그냥 먹는 편이 좋다.
방아의 향은 찍어 먹는 순간 사라지기 때문이다.


쑥이 봄의 전령사라면,
방아는 봄이 남쪽에 먼저 도착했음을 알려주는 향이다.
그리고 그 향은,
서울에서는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기억이 된다.


음식 너머에 머무는 속삭임, 두부의 이야기( ˶˙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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