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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미킴 Jul 07. 2024

종교에서 시작된 우정의 재구성

나는 진정성 있는 우정을 바랐을 뿐인데

20대를 표현하자면 혼란과 좌절, 슬픔 그 자체였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고 생전 처음 해보는 사회생활은 낯섦과 내 존재를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항상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은 스탠스의 연속이었다. 그럴수록 지금보다 좀 더 좋은 위치에 있고 싶은 열망만은 커져서 나를 더 아프게 했다. 초짜를 면하려고 처음 해본 영업직은 극 I형인 나의 유리멘털을 쨍그랑 부서 버렸고 작은 회사의 경리로 들어간 사무실에서는 커피 타는 일이 주 업무가 되어 나의 자존감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게 했다.   


위로가 필요했다. 기대고 싶었고 내 고민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조그마한 그늘이 늘 필요했던 것 같다. 그러던 중 고등학교 동창생인 그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준비 중이라고 했고 자신이 심리상담을 공부한다고도 했다. 나도 알고 있는 다른 고등학교 친구와 함께 성경공부를 같이 해보면 어떨까?라고 제안했을 때 크리스천인 나에게는 너무 좋은 제안으로 다가왔다. 그 당시 기도와 CCM에 위로받아 온 나에게 하나님이 내려주신 동아줄이라는 생각이 다 들 정도였다.


그렇게 우리는 셋이서 만나 성경도 읽고 영화도 보고 그림을 그려 심리상담도 하면서 서로의 아픔을 나눴다. 그동안 부끄럽기도 하고 숨기고도 싶었던 나의 가정사까지 밝히며 나는 그렇게 울음을 토해내며 내 속의 응어리를 풀어냈다.

"우리는 세 겹줄이야. 두 겹줄은 끊어질 수도 있잖아. 우리 셋은 세 겹줄이 되어 서로를 지켜주자."

우리는 셋이 손을 잡았고 서로를 위해 기도해 주고 여름이 되자 불판도 챙겨 근처 계곡으로 여행도 떠났다.


그러던 중에 우리의 주축이 된 친구가 소개할 사람이 있다고 했다. 전도사님이라고 했다. 자신보다 성경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는 훌륭한 분이라고 소개했다. 우리는 그렇게 그분의 안내로 한 센터에서 체계적으로 공부를 더 해보자고 으쌰으쌰 했다. 주 5회였던가. 그렇게 3개월 정도 다녔던 것 같다. 대박인 건 그곳의 분위기가 너무 좋았던 것이다. 일단 들어가면 정장 입은 전도사님 같은 분들이 어서 오라고 맞이해 주고 맛있는 간식도 주고 너무 다정한 얼굴로 힘내라고 해주던 모습이 너무 따뜻해서 나도 모르게 그곳에 더 몰두했다. 그러고 나서 내 삶을 돌아보니 내 주변 사람들이 모두 센터 관련 사람들로 가득 채워졌다.


그리고 3개월이 되던 날, 친구는 할 말이 있다고 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친구를 따라 어느 작은 사무실로 들어갔는데 거기에는 처음에 소개해줬던 전도사님이 앉아 계셨다.

"해줘야 할 이야기가 있는데 지금 하는 이유는 처음부터 선입견을 가질까 봐였어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니 지금은 말해줘야 할 것 같아요. 충분히 납득이 가실 겁니다."

그리고 노트북에서 영상을 틀어줬다. 영상에는 어떤 나이 지긋한 분과 함께 무슨 올림픽 같은 행사를 벌이는 일, 그리고 그 나이 지긋한 분이 여러 행사들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영상으로 가득했다. 뭔가 굉장히 규모 있는 조직의 수장인 듯싶었다.


"우리는 OOO입니다. 저분은 우리의 구세주입니다........."

그리고 그다음말은 생각이 잘 안 난다. 나름 큰 충격을 받아서였다. 내가 그렇게 열정을 다해 쏟아부었던 우정의 시작점이 바로 이 영상인 듯싶어 머리가 하앴다. 이 종교로 나를 인도하기 위해서 그렇게 나에게 열과 성을 다했던가. 뭘 위해서지. 나하나 포교하고자 이렇게 장기간의 프로젝트가 준비된 건가. OOO의 말씀 공부를 한 이후 다니던 교회 목사님의 말씀이 귀에 하나도 안 들어왔다. 딱딱 앞뒤가 맞게 설명되던 OOO의 말씀 플롯이 성경의 재구성으로 내 뇌를 완전히 바꿔놨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우리의 세 겹줄 우정도 그렇게 재구성된 느낌이 들었다. 나는 뛰쳐나왔다. 다른 친구는 그 이후로도 계속 남아있겠다고 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일이지만 지금도 상처로 남아있다. 나의 가장 열정적이고 순수했던 그 시간이, 나의 단단했던 우정의 시작이 그렇게 시작되었다니 속상하고 울고 싶었다. 그 후로도 친구를 필두로 주변의 사람들이 나를 찾아왔다. 이미 나는 정리가 되었고 단지 그 종교라고 내가 그동안 믿어왔던 말씀을 버려야 하는 걸까라고 생각했을 때 약간 죄책감도 들고 그 종교에서 주장하는 모든 것이 진실이면 어떡하나라는 두려움도 들었지만 누군가 실체가 있는 종교는 싫었다. 그리고 지금도 종교 생활을 하는 게 망설여진다. 하지만 나는 다시 천천히 종교 생활을 시작해보려 한다. 나의 가치관만으로 세상을 사는 게 버겁다고나 할까. 이제는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고 서서히 다가서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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