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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슬 Jul 06. 2024

나의 미운 오리 새끼

미운 네 살, 하지만 넘 사랑스러워

아이를 키우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진짜. 나를 갈아 넣는다고나 할까. 육아 33개월 차가 할 말은 아니지만서도 정말 육아는 긴 싸움이다. 물론 아이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 같다는 표현에는 어느 정도 공감이 갈 정도로 예쁘다. 하지만 예쁜 것과 힘든 것은 별개다. 밥 한 끼 먹이는데 1시간이 기본이라 먹이다가 열받는 나의 위장은 이미 너덜너덜하다.


오늘도 아이는 눈 뜨자마자 마이쮸를 먹겠다고 내 눈앞에 마이쮸를 대령한다. 나의 직관은 그래 먹어라 먹어. 하다가도 지금 마이쮸를 먹으면 어떻게 되더라. 빈속에 이 달디단 마이쮸를 먹으면 입맛이 없어지고 속도 쓰리고 설탕이 다량 들어가면 성장에도 방해가 된다고 했던 것 같던데 라며 짧은 나의 상식이 다른 뇌에게 속삭인다.


"안 돼. 밥 먹고 먹어야지"

이때부터 아이와의 전쟁 시작이다. 칭얼칭얼 마이쮸를외처대던 아이는 울음을 터트리고 내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면서 마이쮸를 대령한다.


결국 아이 식판에 밥과 마이쮸를 함께 올려놓고 딜을 시작한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양치를 시킬 때도 그렇고 심지어 잠을 재울 때도 모든 게 다 고난의 연속이다. 이런 걸 고난이라고 생각하는 내가 문제인가 심각하게 고민도 해봤지만 힘든 건 사실이다. 엄마는 힘들다. 우리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는 청개구리 이야기다. 특히나 청개구리 엄마가 아들 청개구리에게 개굴개굴 노래하라고 하면 굴개굴개 노래했다는 대목에서 도파민이 분출되는지 그 부분만 자꾸 해달라고 한다.


둘이 있을 때는 엄마 껌딱지가 된다. 어딜 가든 따라오는 나의 찐친이다. 우리 뭐 하고 노까. 우리 아이 단골 멘트다. 글쎄 넌 뭐 하고 싶니 하면 대개는 색칠하기, 동화책 읽기, 숨바꼭질 이 선에서 끝나지만 우리 아이는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저녁도 해야 하고 나도 좀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데 계속 엄마를 찾는다. 나를 이토록 끊임없이 찾아주는 사람이 내 인생에 또 있었던가. 나의 관심과 애정을 갈구하는 존재가 언제 있었던가.


나도 이런 생각을 하면 이 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불량 엄마인 나는 이 시간이 조금은 버겁다. 밭 갈래, 애 볼래 하면 애 볼래라고 했다던 옛 어른들의 말씀이 여실히 공감된다. 그러다 아이가 까무룩 잠이 들면 나는 아이의 잠든 얼굴을 바라본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 너 언제 깰래. 같이 놀자. 이게 무슨 시추에이션인가. 근데 잠이 들면 또 까불고 노는 아이의 해맑은 눈이 너무 보고 싶다. 이게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다. 사랑에 빠졌는데 만나고 싶지는 않은 마음이랄까. 오늘도 낮잠 자는 아이의 천사 같은 얼굴을 바라보며 한없이 사랑을 보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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