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미킴 Jul 05. 2024

글쓰기 수업 오리엔테이션

우리들의 글을 모아 책을 출판한다고요?

누군가에게 글을 쓰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은 자주 했었는데 막상 어디서 누구한테 배워야 할까?라고 질문했을 때 나의 귀찮음 모드는 작동되고 그냥 패스를 외쳤었다. 그런데 내가 자주 애용하는 도서관에서 무려 신춘문예 당선 작가가 직접 강의를 해주는 글쓰기 수업에 신청하라는 문자가 왔다. 선착순이라니 굼뜬 나도 이럴 땐 스피디하게 움직여야지 하고 신청을 했는데 선착순 10명 안에 내가 들어갔다. 10개의 글을 모아 하나의 책을 만들어 주고 비매품이기는 하지만 도서관에도 진열된다니 재미있을 것 같아서 기대가 됐다.


오후 4시, 도서관에서 오리엔테이션을 한다고 모이라고 해서 고장 난 엘베를 흘겨보며 땀을 뻘뻘 흘리며 4층까지 걸어 올라갔다. 물론 나답게 딱 4시에 맞춰서 들어갔더니 10명 중 9명이 모두 자리에 앉아있었다. 맨 앞자리에 딱 한자리, 아 저기가 내. 자리구나 직감적으로 감지하고 맨 앞자리로 갔다. 작은 소회의실 같은 데라서 에어컨을 틀었는데도 딱 땀이 안 나올 정도로만 냉방이 됐다. ㄷ형태의 테이블 배치로 따닥따닥 붙어 앉아 앞사람의 얼굴이 너무 가깝게 느껴져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눈알을 굴리고 있던 찰나 다행히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되었다.


이 얼마나 오랜만의 공식석상인가. 내 앞에 놓인 깔끔한 수업 소개 자료와 생수 한 병, 조그만 과자 봉지가 왠지 나만을 위해 준비된 것 같아 기분이가 아주 좋았단 말이지. 역시 선착순의 묘미랄까. 참가자 모집이 오픈되자마자 3시간 만에 마감이 되었다니. 역시 이번에는 참 운이 좋았다고 느꼈다. 이런 자리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무엇인가. 바로 자기소개 아니겠는가. 다행히 서로 눈을 어디다 둘지 몰랐던 맞은편 아저씨부터 자기소개가 시작되었다. 정말 재밌는 건 자기소개의 길이는 연식에 비례한다고나 할까. 살아온 세월이 있다 보니 간단하게 자기를 소개하는 일이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나이가 많은 분일수록 소개가 길어진다. 청년들은 살아온 날들보다 앞으로의 계획을 위주로 말하는데 우리네 어른들은 살아온 날들을 얘기하다 보니 주저리주저리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나 현타가 올 때까지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들어간다. 


그래도 진솔한 자기 이야기가 나오는 시간이 자기소개 시간인 것 같다.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은 죽기 전에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써보고 싶다고 하셨다. 또 어떤 분은 본인의 어머니가 작가도 아닌 자신에게 왜 나의 이야기를 써주지 않느냐고 뜬금 물어보아서 신청을 하셨다고 한다. 또 어떤 분은 지인과의 대화 중에 자신은 40 살이 넘은 사람 중에 소설을 읽는 사람들을 보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가 외계인 취급받았다고 이야기하면서 그래서 소설을 한 번 써보고 싶다고 했다. 각자 어떤 인생을 살다가 이 자리에 딱하고 만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각자 내공이 느껴졌다. 


나는 어떤 이야기를 써볼까. A4 10장에서 15장 사이로 써달라고 하는데 주제는 '관계'라고 한다. 관계라.... 웬일인지 결혼하고 나서 그 좁던 인간관계마저 더 좁아졌다. 요즘은 그나마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어서 사람들을 만나기는 하지만 왠지 끈끈한 무언가가 생기질 않는다. 내가 철벽을 치고 있는 것 같다. 아닌가 그들이 나 왕따 시키는 건가. 여하튼 30대 때처럼 일하다가 잠깐 땡땡이치러 떡볶이 먹으러 갈 일도 없고, 일 끝나고 이자카야에서 시원한 맥주 한 잔 할 친구가 없다는 게 너무 슬프다. 아 그래서 나는 다시 가족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앞으로 6주간의 수업이 기대되면서도 약간은 귀찮기도 하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오랜만에 피드백을 받아보는 설렘만은 있는 것 같다. 나를 막 지적질해 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