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도 간다....
하루에 하나씩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라는데 나는왜 이렇게 내 삶에 불만이 가득할까. 불만이라기보다는 뭔가 한방 훅 하고 변곡점을 찍고 싶은데 지지부진하게 흘러만 가는 하루하루가 그저 답답하다. 그 답답한 뭔가를 객관적으로 하나하나 따져보자면
첫째, 이직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점이다.
운 좋게도 작년 4월부터 올해 12월 말까지 파트타임으로 일을 구해서 왔다 갔다 하고 있는데 곧 계약이 끝나간다. 나는 분명 시간이 많다고 알고 있었는데 벌써 당장 롸잇나우 12월이다. 아직 이직은 못했다. 오라는 데가 없다. 나르샤를 원했지만 내리막길로 달리고 있다. 일하는 건물은 새 건물이라 삐까뻔쩍하지만 그 안의 나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둘째, 다이어트가 되지 않는다.
하루에 5 천보 이상씩 매일 걷고 있는데 몸무게는 몇 개월째 제자리다. 아니 조금만 방심하면 1kg이 늘고 또 그 1kg을 빼기 위해 식사량을 조절하고 또 늘고 조절하고 늘고 하는 패턴을 지울 수가 없다. 올해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이 동네 간지 나는 핏이었는데 핏은 그냥 물 건너가고 있다. 히트텍을 입고 거울 앞에 서니 가슴과 허리 뒷구리살이 말도 못 하게 꼴 보기 싫다.
셋째, 멋진 인생을 살고 싶다.
이건 뭐 그냥 요즘 나오는 GD 같은 간지 인간의 간지 나는 음악을 넋 놓고 보고 듣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나이에 아직도 GD 덕질인가 싶지만 나는 그냥 폼나는 인생을 살고 싶은 보통의 인간이다. GD의 7년 전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보면서 그냥 그의 ADHD 같은 행동마저 퍼포먼스로 보이고 겨울에 딱 떨어지는 샤넬의 포근함과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스카프의 감촉이 부러울 뿐이다.
넷째, 아는 지인의 전화 통화로 다운됐다.
나는 한때 미국병에 걸려있었다. 지금도 조금 그렇다. 아직 한 번도 아메리카에 두 발로 선적이 없다. 뉴욕 맨해튼은 나의 로망의 도시 가운데 하나인데 아는 지인이 1월에 미국 여행이 예정되어 있다고 연락이 왔다. 개 부럽다. 사업이 잘 되면 모로코에 갈 수도 있다고 한다. 대체 모로코가 어디에 붙어있는겨. 모로코라는 말이 나왔을 때 영화 수리남으로 아는 척 좀 해보려고 했지만 에이 제목이 기억이 안 나서 결국 말을 못 했다. 분하다.
다섯째, 영어회화 마스터가 안된다.
물론 이건 인풋이 없으니 아웃풋이 없는 건 당연한데 나름 영어를 좋아하는데 왜 안 되는 거냐. 언젠가 미국에 가려면 멋진 영어를 구사하는 프리토킹러로 가고 싶은데 왜 인풋을 안 하냐. 영어공부만 대체 몇 십 년째냐. 그럴 거면 포기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오늘부터 인풋을 하다 보면 좀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다. 영어는 항상 나에게 밀당을 한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어딘가에서 본 뉴욕의 센트럴파크 광경이 떠오르며 달아오르게 한다.
이렇게 적고 보니 왜 내가 12월에 이렇게 감질나는 기분인지 알 것 같다. 이 목록이 작년 12월에 스타벅스 다이어리에 적어 둔 나의 버킷리스트들이고 하나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한 해 동안 뭐 했냐. 오늘부터 스타벅스에서 커피 사 먹어야겠다. 또 다이어리를 겟해야겠어. 나 자신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겠다. 2025년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내년 12월에 다시 만나자.내년에는 웃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