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면사무소 일개미의 푸념

공무원은 한가하다고 누가 그랬냐

by 보석바

정말 미스터리하다. 나라는 인간.

실수는 할지언정, 업무 효율이 떨어지는 인간은 아니었다. 그런데 요즘은 이상하다.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일해도 일이 줄지를 않는다. 하나 끝내면 또 하나 생기고, 그걸 처리하면 두세 개가 쌓인다. 거기에 전화민원까지 걸려오면? 정신이 아득하다.


가볍게 들어왔던 자리인데, 이게 무슨 일이람.

요즘 눈여겨보던 관광재단에 지원서를 냈다. 관광콘텐츠 팀장 자리다. 솔직히 경쟁이 셀 것 같다. 내 경력이 관광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뭐 어떤가. 잠시 멈칫하더라도, 도전 자체가 아름다운 거 아닌가. 지난번 시정연구원 자리에 고배를 마신 뒤 ‘무모한 도전은 하지 말자’ 다짐했는데, 또 지원하고 말았다. 아마도 지금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은 내 무의식이 몸부림치는 걸지도.


요즘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차라리 9 to 6 일하면서 월급이라도 제대로 받자.”

간절히 구했던 이 자리였지만, 한시임기제라는 태생적 한계가 서서히 불만으로 쌓인다.


첫째, 내 전임자는 7급이었다. 그 업무를 고스란히 넘겨받았는데, 내 급여는 9급 수준이다. 분명 불합리하다.

둘째, 공무원의 권한과 함께 의무도 덤으로 따라왔다. 을지훈련 참여, 각종 교육, 회의자료 작성, 회비 걷기까지. 난 고작 1년 일하는데 이 모든 걸 다 해야 한다니.

셋째, 급여. 너무 적다. 이렇게 일해도 금융치료 한 방이면 나아질 텐데, 월 200만 원도 안 되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물론 7시간 근무라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런데 전 직장에서는 하루 6시간, 주 3일 일하고 150만 원을 받았다. 비교하면 지금은 가성비가 너무 떨어진다. 따지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계산기를 두드리게 된다.


이런저런 불만을 늘어놓으면서도, 사실 이 자리가 고맙긴 하다. 나 같은 경단녀를 받아준 직장이니까. 하지만 이렇게 가다간 내가 먼저 나가떨어질지도 모르겠다.


밖에서 볼 때는 공무원 일이 안정적이고 한가해 보였다. 그런데 막상 안으로 들어오니, 보통 일이 아니다. 새로운 업무가 생길 때마다 ‘이걸 어떻게 처리하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심지어 잠도 설친다. 어젯밤도 연탄쿠폰 업무 처리 때문에 골머리를 앓다가 결국 뒤척이며 밤을 보냈다.


그만두는 상상을 하면 미안한 마음도 든다. 하지만 내 커리어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현실이 더 크게 다가온다.


오늘도 면사무소를 나서며 누군가 두고 간 통통한 콩나물 한 봉지를 챙겨 집으로 돌아왔다.

묘하게 혼란스럽다. 내 하루가, 내 인생이, 마치 이 봉지 속 콩나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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