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사무소에서 찾은 결이 맞는 사람

힘들어도 내 속 하나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by 보석바

면사무소 생활에도 드디어 그런 사람이 생겼다.


나는 여전히 세상 돌아가는 상황 파악이 느리다.

그 왜 있지 않은가, 자기 일 똑 부러지게 하는데 별 실속 없는 사람들. 헛똑똑이들.

나는 정반대다. 똑 부러지지도 못하면서 정작 중요한 일은 늘 한발 늦게 알아차린다. 최악인가..


전 직장에서도 그랬다.

부장님이 갑자기 회사를 떠났을 때, 속으로는 ‘팽당하신 건가’ 걱정만 했다. 그런데 몇 달 뒤, 더 좋은 직장으로 이직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7년을 함께한 동기가 부장님 후임으로 뽑혔다는 사실도 한참 지나서야 알았다. 정작 나만 몰랐던 일. 그때 깨달았다.

‘아, 내가 진짜 헛똑똑이 스타일이구나.’


아마 그래서일까. 면사무소에서도 사람들 앞에서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못했다. 인수인계받은 업무 따라가기도 벅차서 주위를 돌아볼 여유조차 없었다. 그러다 조금 숨을 돌리고 보니, 사람들 사이에 유독 눈에 들어온 한 분이 있었다.


바로 복지업무를 맡고 있는 황주무관님.

쭈뼛쭈뼛 탕비실에 들어서던 나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주셨다.


“일하다 보면 좋은 기회가 있을 거예요.”


그 한마디가, 낯설고 서먹하던 공기를 단숨에 바꾸어 놓았다.


며칠 전, 유튜브에서 이혼숙려캠프의 이호선 박사님의 영상을 본 적이 있다.

“혼자 사는 건 편하다. 누군가를 만나면 여러 형태의 에너지가 소요되니까. 하지만 혼자만의 삶이 길어지면, 마치 스쿼시처럼 벽에 공을 치듯 자기 메아리만 듣게 된다. 그러다 보면 편견이 쌓인다.”

그 말이 오래 남았다.


돌아보면 나도 혼자서만 메아리를 듣고 있었던 것 같다.

나만 예민한 줄 알고, 나만 꼰대처럼 느끼는 줄 알고 꽁꽁 싸매두었던 속마음들.

기간제 동료와의 관계에서 혼자 분하게 생각하고 내가 정말 이상한 사람일까 진지하게 고민했었다. 그런데 황주무관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순간, 꽁꽁 닫혀 있던 내 안의 문이 열렸다.

험담도, 이간질도 아니었다.

그저 열통 터지게 쌓였던 기분 나쁨이 줄줄 흘러나왔다.

솔직히 지나쳤나 싶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후엔 속이 한결 편해졌다.


역시 사람은 소통이 필요하다.

누군가와 나누지 않으면 편견이 켜켜이 쌓인다.

그리고 결이 맞는 사람 하나만 있어도, 버거운 하루가 견딜 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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