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MSG와 거짓 자신감, 허언증까지
마흔 중반에도 여전히 이력서를 쓰고 면접장을 향할 줄이야 누가 알았을까.
나는 아직도 타닥타닥 자판기를 두드리며, 졸업 연도를 손가락으로 꼽아 계산한다. 그래도 연식이 연식인지라 웬만하면 서류는 붙여준다. 문제는 면접이다.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나는 멘탈이 약하다. 멘탈을. 아니, 멘탈병이다(갑을병정 아는 세대). 면접 일자를 받아두고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경력도, 학력도 없어서 차라리 가지 말자고 스스로를 달래도, 이놈의 성실함은 결국 나를 면접장 앞으로 데려다 놓았다.
어제 새벽 3시부터 잠을 설쳤다. 아침부터는 또 쌩쇼 라이브가 펼쳐졌다. “오늘 3시 20분까지 면접장으로 나오라”는 문자를 받고도, 아침까지 갈까 말까를 고민했다. 지난번 시정연구원 면접에서의 트라우마 때문이었을 것이다. 3분 자기소개조차 제대로 외우지 못하고 버벅대던 내 모습. 전문성 없이 중언부언하던 내 모습. 그 후유증이 일주일은 갔다.
그래도 이번엔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10분 PT 연습을 해보니, 그냥 읽기만 해도 되겠다 싶어 PT를 제본하려고 메일로 보내고 자료는 USB에 담았다. 그런데 귀신이 곡할 노릇이 벌어졌다. 매번 맡기던 근처 복사집이 아니라, 8년 전 근무했던 회사 옆 복사집에 제본을 맡긴 것이다. 그것도 찾으러 가서야 깨달았다.
서둘러 찾아갔더니, 하필 그 집은 떡제본만 하는 곳이었다. 고작 13장짜리 슬라이드를 떡하니 제본해놓고는 4만 원이란다. 예전 인연 있는 사장님이라 웃으며 나오긴 했지만, 며칠 전 긁어버린 빕스 6만 원이 겹쳐지며 이번 달 카드값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래, 기왕지사 잊자.
면접장에 도착하니 다행히 생각만큼 떨리진 않았다. 예전부터 자주 와봤던 세미나실이어서일까, 아니면 조금전 커피와 마신 안정액 효과 덕분일까.
오늘 면접 대상자는 단 2명. ‘2대 1에서 떨어지면 후유증이 어마어마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USB를 건네니, 이게 웬일. 포트가 날라가고 앙상한 철심만 남아 있었다. 순간 멘붕. 다행히 미리 메일로 보낸 자료로 해결했다. 그런데 이번엔 제본한 것 중 한 부가 거꾸로 되어 있다는 말이 들려왔다. 이때부터 ‘집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솟구쳤다.
결국 면접은 들어갔고, 화면 속 PT 글씨는 깨져 보였다. 폭망. 다행히 외운 내용으로 어느 정도 이어갔지만, 심사위원 5명의 질문이 쏟아졌다. 한 사람당 2문항씩, 가운데 앉은 메인 심사위원은 6문항. 나는 계속 버벅대다가 몇 개는 제대로 치기도 했다.
워낙 동문서답이 많아 “이거다!” 싶은 확신은 없었다. 그래도 큰일 없이, 무사히 면접장을 나왔다.
합격자 발표는 내일. 되면 걱정, 안 되면 실망. 마음은 복잡하다.
되면 면사무소에는 뭐라고 말해야 할까, 벌써 김칫국부터 마신다.
안 되면 축사 정기점검이며 농민수당 때문에 이 땡볕에 농지 확인 다닐 생각에 아찔하다.
어쨌든 오늘 이 밤 만큼은 자유를 만끽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