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에서 ‘김치요’라고 답한 나의 최후
PT면접에 떨어졌다. 창피하다. 2:1이었으니 ‘그래도 괜찮겠지’ 했는데 이게 진짜 떨어질 줄이야.
그날 나름 성과라면, 발표만 하면 늘 목소리가 떨리던 내가 이번엔 덜 떨렸다는 거다. 끝까지 평정심을 유지했다는 것, 그게 이번 면접의 유일한 소득이다.
면접은 9월 1일, 발표는 9월 2일이라 했다. 하루 만에 불합격 소식 들으면 너무 아플 것 같아 스스로 위로했다. “내부 결재도 있고, 인사위원회도 있으니 시간이 걸리겠지.” 그렇게 열흘을 버텼다.
그런데 챗GPT에 물어보니 이미 발표가 났단다. 홈페이지 주소까지 알려주길래 들어가 봤더니, 9월 2일에 떡 하니 올라온 공지.
- 합격자 없음 -
이럴 수가.
“아니, 내가 뭐가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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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면접장에서 이미 예고는 있었다.
“전주에서 추천할 만한 음식이 있나요?”
나는 당당하게 말했다. “김치요.”
(네, 맞습니다. 전주에서요. 김치요.)
심사위원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다음에 합격하시면 꼭 음식점 추천해 주세요.”
또 물었다.
“팀원들과 갈등이 있을 땐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나: “제가 원래 성과 중심주의자라 힘들었는데, 지금은 팀원들의 가치를 생각하며 일하려고 노력합니다.”
말만 이렇게 했지, 사실은 버벅거리고 어리바리했다. 안정액 덕분에 마음은 차분했는데, 입은 엉뚱한 소리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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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황당한 건, 네이버 운세가 너무 정확했다는 사실.
“반짝반짝한 직업을 찾으나 이루기 어렵다. 현재 일에 성실하라.”
이게 뭐야.
운세가 왜 이렇게 맞아떨어지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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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괴로움은 더 있다.
앞으로 다가올 축사 현장점검.
나는 추석 보너스 받고 11월에 멋지게 이직하는 그림을 그렸는데, 그림은 깨졌다.
이 좁은 도시에 얼굴은 팔렸고, 어디다 다시 지원서를 내야 할지 막막하다. 관광콘텐츠 팀장 자리? 애초에 내 전공이랑도 상관없는 분야였다. 그런데도 반짝이는 직업 하나 잡고 싶어 덤볐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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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얻은 건 있다.
덜 떨면서 발표한 것. 그거 하나.
작은 성과지만, 나한테는 의미 있다.
떨어졌다고 끝은 아니다.
언젠가 나에게 딱 맞는 자리가 나타날 거라 믿는다. 아니면 내가 직접 만들어야지. 뭘 어떻게…
그날 면접은 실패였지만, 나는 여전히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