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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쏭마담 Nov 07. 2022

누가 예수를 죽였나, 하는 문제

유대인들이 오랫동안 미움받은 이유



예수 사후 300여 년 가까이 박해를 받던 기독교는 313년 콘스탄티누스가 기독교를 공인한 이후 전 세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놀라운 속도로 전파된 복음은 중세를 거치며 유럽 대부분의 사람들을 기독교인으로 만들었다. 태어나서 영세를 받을 때부터 고해성사와 임종 시 종부 성사까지 그들은 기독교인으로 태어나 기독교인으로 죽었다. 기독교인이 아닌 이들은 이교도요, 상종하면 안 되는 종족이었다. 그리고 그런 이교도 중에 유대인들이 있었다.


생각해 보면 예수도 유대인이 아니던가. 우리가 사랑하는 성경 속 인물들-마리아와 요셉, 예수의 제자들과 바울 모두 유대인이다. 기독교 최고의 슈퍼스타를 배출한 민족이 유대인이었다. 그런데, 왜 기독교가 국교가 된 유럽에서 예수의 민족인 유대인을 그렇게 핍박한 걸까.


바로 유대인이 하나님의 아들 예수를 죽인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너무 당연한 상식이라고? 세계사에 대해 조금의 지식만 있는 사람이라도 다 아는 얘기를 내가 이렇게 굳이 설명하는 이유는, 나이 사십이 넘도록 교회 안에서 이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도 광화문 광장에서 나이 든 개신교인들이 태극기와 나란히 다윗의 별을 흔들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


이스라엘 백성들은 '돌 하나도 남김없이 무너질 것'이란 예언에 따라 A.D 70년 로마에 의해 멸망을 당했다. 그 후로 디아스포라. 전세계에 흩어졌다. 나치의 홀로코스트 박해를 피해 결집한 유대인이 팔레스타인 난민을 몰아내고 1948년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를 세우기 전까지 그들은 유럽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녔다. 기반이 없었던 그들은 돈이 돈을 낳는 고리대금업으로 부를 쌓았고, 그것이 종종 토착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기도 했지만... 중세 때부터 유럽인들이 그들을 대놓고 마녀 몰이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유대인들이 자신들의 구세주인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인 민족이기 때문이었다.


유대교 전통과 경전에서 예언해 왔고 오랫동안 기다려온 메시아를 정작 유대인 자신들이 알아보지 못했다는 사실은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예수의 민족들이 예수에게 등을 돌리고 유대교인의 신앙을 고수하는 동안 기독교는 전 세계로 퍼져 나가 복음이 되었다. 오늘날까지도 이스라엘의 기독교인은 인구의 2% 밖에 되지 않는다.


성지 순례를 다녀온 이들이라면 다 알겠지만, 예루살렘 중심부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황금 사원은 이슬람 사원이다. 그곳은 오래도록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모두를 위한 성지였다. 이스라엘 민족이 국가를 세운 땅 '팔레스타인' 또한 20세기 초만 해도 대부분 아랍계 무슬림이 살고 있던 곳이었다. 기존 팔레스타인 토착민들을 무력으로 한데 쓸어 모아 거대한 방벽 안에 가두고 그들의 피눈물 위에 세운 국가가 이스라엘이다. 예수를 죽인 민족이었다는 오랜 오명과 국가 없이 떠돌아다니며 겪었던 그들의 고초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기독교인들이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며 옹호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내가 기독교인으로서 너무 늦게 안 사실 중에는 이런 것도 있다. 유대인들이 예수를 죽였다는 사실이 오래된 오해라면 정작 예수를 죽인 장본인은 누구인가, 하는 문제다. 은화 30냥에 예수를 팔아먹은 배신의 아이콘, 가롯 유다? 전 세계 기독교인들이 주일마다 예수를 박해한 주인공으로 고백하는 본디오 빌라도?  


이즈음에서 우리는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인 건 바로 나요! 나 같은 죄인을 구속하기 위해 예수가 죽었소!"라고 고백하고 싶은 충동을 누르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쉽게 2천 년의 시공간을 뛰어넘어 예수와 접속한다. 하지만 그런 개인의 신앙 고백에 관한 얘기를 하려고 지금까지 구구절절 유대인의 역사를 언급했을 리 없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2천 년 전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인 그들은 누굴까? 바로 당시 유대인들의 생활 전반에 속속들이 영향을 미치던 종교 지도자들이었다. 예수 등장 이후 예수가 회당에서 새롭게 풀어내는 성경 해석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도, 그의 혁신적 사상이 그동안 자신들이 유지해온 사회 질서를 뒤흔들까 봐, 민중들을 깨워 불의한 정치 세력에 반기를 들고 그들과 결탁한 자신들의 권력에 흠집을 낼까 봐 두려워했던, 바로 그 시대 종교 기득권자들이었다.  


유대인으로 태어나 가난한 민중들을 향해 천국의 소망을 이야기하던 예수의 삶은 그렇게 죽을 때까지 기득권이자 그들과 결탁한 종교 지도자들과 싸움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이 사실을 자주 상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오늘도 너무 쉽게 신앙을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는 오류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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