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없는 그걸 무슨 수로 너에게
너는 인생에서 제 역할을 하고 누구한테도 짐을 지우지 않지.
일주일 정도를 예상했던 게이츠헤드로의 여행은 한 달을 훌쩍 넘겨버리고야 말았다. 리드 부인의 남은 두 딸이 제인에게 좀 더 머물러 주길 부탁했기 때문이다. 매사 불평을 늘어놓으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남에게 떠미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 이 두 귀족 아가씨들의 몸에 밴 습관이다. 그렇게 뒤치다꺼리를 도맡아 처리해준 뒤 제인은 드디어 손필드로 출발한다. 페어팩스 부인은 곧 로체스터가 잉그램 양과 결혼할 것 같다는 소식을 알려왔고 그렇게 된다면 제인의 미래는 또다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 하지만 손필드가 가까워질수록 제인은 어쩐지 '내 집'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 알 수 없는 기쁨을 느낀다. 제인은 찰나의 행복일지라도, 누군가 사랑하는 이 순간의 행복을 마음껏 누리기로 결심한다.
"내가 많은 사진을 찍은 서커스단의 기형인들은 내게 있어서 최초의 테마들 중의 하나였고, 내게 엄청난 흥분을 가져다주었다. 나는 정말로 그들을 존경했으며, 그리고 지금도 그것은 변함이 없다. 그들은 마치 느닷없이 당신을 불러 세우고는 수수께끼를 풀라고 요구하는 신화 속의 인물과도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생을 통하여 외상의 경험에 대한 끊임없는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그러나 기형인들은 외상과 함께 태어난다. 그들은 이미 삶의 시험을 통과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귀족이다." (p.127)
"이게 저녁이야. 먹든지 말든지 자유지만 더 이상 먹을 걸 주지는 않을 거야."
불만스러운 얼굴로 젓가락질을 하는 토미를 바라보며 오리에따는 눈썹을 추켜세웠다. 그러고는 언젠가 인도 같은 곳에 데려가서 세상에 배고픈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먹을거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보여주겠다며 혀를 끌끌 찼다. (p.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