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연말 가족 여행기
한해를 벌써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다
시간 참 빠르다
복잡하고 다양한 업무들을 마무리하고, 위임하고, 미루기도 하면서 어찌어찌 정리하고 마침내 연말 가족 여행을 가게 되었다. 사업을 시작하고 항상 가족에게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는 것은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적고 가족이 사업하는 CEO의 불안한 마음을 항상 비슷하게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창업자, CEO들이 가지고 있는 가족에 대한 아픔과 미안함이 아닐까?
5~6년 전부터 여름휴가와 연말 휴가를 꼭 가족과 함께 보내기로 결심하고 지키려 하고 있다.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개인적인 한 해 정리의 시간이기도 하여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매년 크리스마스 즈음에 우리 가족은 해외여행을 간다. 연말을 함께 정리하고 한해의 새로운 시작을 같이 다짐하면서 정리하며 시작하는 시간을 함께 보낸다. 매년 가족 행사처럼 해 왔지만 올해에는 코로나로 인해서 3년 만에 돌아오는 소중한 연말 가족 여행이다.
사실 대부분의 CEO에게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 약속을 지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중요한 약속이 생기거나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이 생기거나 급한 일이 생겨 가족과의 약속을 뒤로 미루는 일도 생기는 등. 항상 어려운 부분이 많다. 또 특별히 중요한 일이 없지만 일을 하고 있지 않다는 마음속 불안이 커져서 가족과의 시간을 소중히 하지 않는 등 마음의 불안함에서 스스로를 희생하게 도는 불편한 일들이 많이 발생한다.
지금 가족들과 여행을 갈 시간이 없어.
이번 일만 마치고 시간을 보내자. 이해해 줄 거야.
그렇다. 가족은 항상 이해를 해 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모두에게 '이번 일'이 생각처럼 단번에 끝내거나 끝낼 수 있는 일은 없다. 항상 일은 시도 때도 없이 변화하고 커져서 자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 가족과 여행을 가는 게 아니라(시간은 스스로 쉽게 생기지 않는다.) 의식적이고 계획적으로 시간을 내어서 가야 하는 게 맞는 것이다. 난 이런 쓸데없는 생각들이 알 수 없는 불안한 마음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는 것을 다행히 알고 있다.(누군가 얘기하지 않았던가 공포는 끝이 없다고..) 가족과의 휴가는 진심을 다해서 준비하고 오롯이 나와 우리 가족만을 위한 시간으로 쓸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번 연말 가족 여행지는 태국의 파타야와 방콕이다. 추운 겨울에 따뜻한 곳에서 잠시 추위를 잊고 즐기는 것도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비행기를 잘 못 타는 나와 어린 아들에게 장거리 비행보다는 동남아시아까지 비행시간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도 주로 태국, 베트남, 오키나와, 괌 등을 선택했었고, 괜찮은 추억을 쌓고 왔었다.
우리가 선택한 출발일은 크리스마스다. 아침 비행기여서 새벽부터 집을 나서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이브를 한국에서 보내고 크리스마스를 여행지에서 보내자는 계획에 크리스마스 이른 아침 출발로 선택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아이는 산타클로스에게 선물을 받아야 한다며 편지를 쓰고 일찍 잤기에 아이는 새벽에도 거뜬히 일어났다. 아이는 참 신기하다. 선물을 기대하건, 놀러 간다는 것을 아는 순간, 힘들어하지 않고 스스로 잘 일어난 준비를 한다. 학교 가는 날에는 절대 볼 수 없는 신기한 모습이다.
코로나 이후 3년 만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이 예전과 달라진 건 없는데 체크인, 출국심사, 면세점 물건 찾기, 출국장에서의 모습만 좀 어색하게 느껴진다. 우리 가족은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좁은 비행기 안에 갇혔다. 아직 가족과 함께 이코노미 클래스가 아닌 비즈니스 클래스 등 상위 좌석을 타 본 적은 없다. 그래서 아이도 아직은 좌석의 등급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좁은 이코노미석도 좋아서 야단이다. 참 미안하고 안쓰러운 생각이다. 언제 상위 클래스를 타 볼 수는 있을까? 아마 가까운 미래에는 일어나지 않을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간혹 퍼스트클래스 등의 좌석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이해가 안 가기도 하지만 나는 이코노미석을 계속 탈 것 같은 생각을 언제나 하는 게 사실이다.
도착한 방콕은 역시나 덥다. 불과 6시간의 비행으로 영하 10도의 강추위가 30도의 무더위로 바뀔 수 있다는 게 언제나 낯설고 신기하다. 매캐한 매연 냄새가 코를 찌르지만 전혀 불쾌하지 않는 것은 여행이 시작되었다는 기쁨과 설렘 때문일 것이다.
첫 번째 숙소는 역시 동남아라는 여유와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아이가 숙소를 마음에 들어 해서 더욱 기분이 좋은 여행의 첫날이다.
이렇게 우리 가족의 연말 여행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