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연말 가족 여행
지금 이 시간이 너무 좋다.
아침부터 강렬한 햇살이 내리는 곳. 이곳 태국에서 휴가 2일 차를 맞았다. 내가 지금 머물고 있는 파타야 숙소의 아침은 고요하다. 새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나는 이 아침의 고요함을 유독 좋아한다. 그래서 가족 휴가를 오면 가족들이 일어나기 전 먼저 하루를 시작한다. 이른 아침에 생각도 하고, 책도 읽고, 하는 시간을 즐기는 게 언제부턴가 여행지 아침에서의 습관이 되었다.
가족들이 자는 동안, 혼자서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해야 할 일들도 집중해서 처리한다. 조식부터는 가족과 함께 온전히 휴가를 보내기 위해서 이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 이유도 있지만, 그냥 이 시간이 평온하고 좋아서 이기도 하다. 새소리를 들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 나, 이 시간이 너무 좋다.
결정 내리기 참 힘들다.
미루자...
오늘 아침 시간에는 이곳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투자'에 대한 진지한 생각을 해 보았다. 우리 회사는 AI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스타트업에 투자 결정을 진행중에 있고 나의 의사결정만 남아 있는 상태이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바로 진행을 해야 하는 일이다.
이성적으로는 투자 진행을 할 타당성과 여러 가지 이유가 명확하지만 아직 결정을 못하고 있다. 내년에는 기업들의 경제 상황이 더 안 좋아질 것인데, 이런 상황에 투자는 하지 않는 것이 맞는지, 위기가 기회라고 이 시점에 더 과감히 투자를 진행해야 하는 게 옳은 일인지,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분명한 것은 가장 현명한 결정을 내려서 회사의 발전에 기여해야 하는 것이고 최소한 회사에 피해를 가지 않는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노트를 꺼내어 수없이 고민했던 투자의 정당성을 다시 한번 정리했다. '투자의 필요성, 리스크, 불명확한 것들' 이렇게 나누어 정리를 하고 분석을 지금까지 수도 없이 많이해도 각각의 요소에 대한 이유는 모두가 다 타당하다. 결국 일어날 결과(미래)에 대한 '확실성'이 부족하고 예측이 되지 않는 것인 문제이다. 결국. 오늘 아침에도 결론을 못 내린다. 다시 미루기.. 미루면 된다.
아이의 놀이는
파타야 변두리에 있는 이 고요한 리조트는 사람이 별로 없다. 손님도 호텔을 관리하느라 종사하는 분들도 역시 별로 없어서 더욱 조용하다. 아이와 물놀이를 하기에는 너무 넓고 고요하기까지 한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불편함, 사람이 너무 없는 곳에서는 재미가 반감이 되니, 새삼 적정함이 가장 좋다는 것에 공감을 하고 있다.
내일은 워터파크가 있는 호텔로 가게 되니, 이 조용한 물놀이는 어쩌면 마지막일 수 있다. 나는 시끄러운 워터파크보다는 이런 조용한 리소트에서 맥주도 한잔하고 여유를 가지고 편하게 즐기는 게 좋다. 하지만 아이는 조용한 곳에서도 신나게 물놀이를 하면서 놀 수 있고, 복잡하고 번잡한 워터파크에서는 더 열정적으로 물놀이를 할 것이다. 그냥 물이 좋고 노는 것이 좋으니 뭐든 좋은 것이다. 어쩌면 여행 가기 전 부모가 호텔 컨디션을 상세히 점검하고 아이가 놀 수 있는 최적의 장소를 찾아내는 과정이 꼭 필요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는 부모가 시간을 내어 함께 놀아주거나 시간만 내어 준다면 그냥 행복할 텐데, 나는 그 쉬운 일들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아직 중국인들이 많지는 않지만(오늘 뉴스에 중국이 위드 코로나로 정책을 전환하여 내년 태국 방문객이 수 백만명 이상일거란 태국의 환영 얘기가 나왔다.) 파타야는 전 세계 나라 사람들로 북적인다. 파타야는 방콕에서도 가깝고 해변을 끼고 있는 쇼핑센터들도 잘 조성되어 있어서 전 세계 많은 관광객들이 사랑하는 휴양지라고 한다.
이렇게 우리 가족의 파타야의 첫 숙소에서의 시간이 저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