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연말 가족 여행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건강한 순간이겠지..
불과 3년 만에 해외 휴가를 온 건데, 몸은 3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이 다르다. 여행에 대한 즐거움이 없는 건 아닌데, 몸이 무겁고 신체적으로 힘들다. 사실 시간이 지나면서도 생각은 변한 게 없는데, 몸은 하루하루 변하고 있었나 보다. 아마 지금보다 더 나이가 들더라도 나의 생각들은 크게 바뀌지 않겠지만 몸은 더 나빠지겠지.
몸과 마음의 균형까지는 아니더라도 오늘 내 몸이 가장 건강한 날이 아니려면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이번 여행을 통해서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몸이 참 피곤하다'
아침 일찍 스노클링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참가한다. 모르는 사람과 함께 이동하여 함께 노는 것이 익숙하지는 않지만 아이를 위해서 라면이야... 아이 엄마는 유독 배를 잘 타지 못하고 물놀이 또한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아들이 태어나기 전에는 둘이서 물놀이나 레저활동은 거의 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아들과 둘이서 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 청년시절 즐겼던 레저 세포를 하나 둘 깨우고 있는 중이다.
아침 일찍 로비에서 썽태우(태국에서 오픈 소형 트럭을 우리는 대부분 툭툭이라고 부르는데, 사실 그 종류가 많았다. 썽태우와 툭툭이의 차이를 이번 여행에서야 할게 되었다 )를 타고 우리를 섬으로 데려다 줄 스피트보트가 기다리는 곳으로 향했다. 아침부터 강렬한 햇빛 덕분에 물놀이하기에는 전혀 지장이 없어 보였다. 햇빛은 강렬했고 해변의 부드러운 모레가 다 보일 정도로 바닷물도 맑았고, 아이와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었다.
근데, 내가 태국의 날씨를 생각해 본 적이 있던가.. 항상 이맘때만 여행온 나에게 태국은 언제나 덥고 물놀이를 할 수 있는 나라였던 거 같다. 우기, 건기, 혹서기 등이 있을 텐데 말이다.
나는 생기가 돋고 시작을 알리는 따스한 기온을 느낄 수 있는 봄을 가장 좋아하고 회색빛의 차가운 겨울을 가장 싫어한다.(사실 두려워한다) 굳이 느낌을 찾자면 그런 것이지 추운 게 정말 싫어서다. 1년 내내 더운 태국은 나와 잘 맞는 나라인가? 적어도 겨울에는 이곳이 나에게 이상적인 곳임에 틀림없다. 누군가는 나처럼 겨울이 끔찍하게 싫은 사람이 있을 것이고 누구는 여름보다 겨울을 더 좋아하겠지만, 그래도 4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가 가장 복 받은 곳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빠. 천국이 따로 없네.
고민이 다 사라지는 느낌이야
어제에 이어 오늘도 아이는 최고의 기분이라고 한다. 천국이라고. 어린아이 입에서 '고민이 사라진다'는 말을 듣게 될지 몰랐다. 항상 즐겁다고만 생각했는데, 벌써 고민이 생겼다는 안타까움에 신나게 함께 놀아줘야겠다는 의지를 다졌지만 아이의 제력은 절대 따라갈 수 없다. 가능한 얘기가 아니다. 나의 힘이 점점 떨어져 힘들어질수록 아이의 즐거움은 더 고조가 되니. 참 슬프고 환장할 노릇이다.
창업 초기, 회사를 운영하는 것도 비슷하다. 대표가 번아웃을 하면 회사는 성과를 내고 성장을 하는 게 눈에 보였다. '이렇게 하다가는 몸과 맘이 만신창이가 될 거야'라는 걱정을 항상 했지만 불안감과 두려움에 앞만 보고 달려갔었고, 회사는 조금씩 성장을 했다. 말 그대로 나의 몸은 물론 영혼까지 불태워 회사의 성장을 견인했던 것이다. 창업 후 몇 년의 시간이 지나서야 변화할 수 있었다. 사업은 마라톤처럼 장기 전이라는 것을. 지금도 몸을 썩 잘 관리하지 못하지만 번아웃까지는 하지 않는다. 더 똑똑하고 바람직하고 효율적인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던 거 같다.
오후에는 파타야에서 가장 핫하다는 두 번째 숙소 '스페이스 파타야'. (정식명칭은 그랑데 센터포인트 스페이스 파타야다)에 도착했다. 우주선 콘셉트이라 호텔 구석구석 구경하는 것도 소소한 재미가 있다.
휴가를 오기 전 몇 권의 종이 책과 전차책을 준비했다. 휴가 때는 가볍게 읽을 수 있고, 다시 읽고 싶은 책을 주로 가려온다. 그중 한 권인 [달라구트의 꿈백화점]은 아주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이 책은 꿈을 파는 백화점 얘기다. 작가님은 꿈의 세계관을 우리가 힐링할 수 있는 도구로 창조하였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꿈인지, 꿈속이 현실의 공간은 아닐지. 하는 우스운 생각을 하게 된다.
아쉽지만 꿈속에서도 나는 기업의 CEO이고 현실에서도 한 기업의 CEO다. 그리고 지금은 가족과 연말 휴가를 온 남편이자 아빠이다. 지금 이 시간들을 즐기고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도록 멋지게 보내는 게 꿈을 꾸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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