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대단한 것을 이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페이스북이 8년 전의 일을 돌이켜 주었다. 8년 전 나는 창업한 회사의 창립 5주년 행사를 하고 있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있어서 기뻤던 날이었다. 벌써 그 후 7년이 지났다는 게 놀랍기만 하다.
5년이란 시간은 짧지만 길다
그때도 사업은 어려웠고 지금도 어렵다. 사업은 누군가에게 선택의 영역이고 누군가에게는 운명이라고 했다. 처음 5년은 나에게 사업은 선택의 영역이었지만 지금은 그 이상의 의미가 나에게는 있다.
5년 전의 시간도 빨랐고 지금의 시간도 빠르다. 다만 그 시간에서 의미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게 중요할 뿐이다.
창업 후 1년을 버틸 수 있을까? 3년을 이겨낼 수 있을까? 고민을 하면서 5년을 맞이했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나에게 그때의 사업은 항상 무서웠고 두려웠다. 다양한 일들로 무너질 수 있는 불안이 있었고, 작은 회사가 배신당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원망하기도 했다. 그런 두려움으로 잠을 제대로 잔 적이 별로 없었고, 뭔가에 홀린 듯 책을 읽고 스스로를 훈련시켰던 기억이 있다.
나를 훈련시키지 않으면, 불확실한 두려움이 나를 집어삼킬 것 같아서 시간이 나는 대로 강의를 듣고 책을 읽고 했던 사업 초기의 나의 모습이 기억이 난다.
기댈 곳 없었던 안쓰러웠던 대표였었다.
IT 유통으로 사업 초기를 버티면서 한계를 느꼈다. 누군가에게 기대야 하고, 분명한 '갑을' 관계 시스템을 따라야 했고, 일이 아닌 관계에 의한 사업의 성장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지만, 회사의 버팀이 꼭 필요했었기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창업 5년을 맞이하여 우리만의 제품(서비스)을 개발해야 한다고 전 직원 앞에서 당위성을 설명했다. 어떤 얘기를 했는지 아직도 분명히 기억이 난다. 우리의 솔루션을 개발하여 시장에서 승부를 걸어보자는 것이었다. 가는 길과 이루고자 하는 것들을 해 나가기에 리스크도 많고 어려운 일들도 많이 생기겠지만, 그게 우리 회사의 10년을 지켜 줄 것이라고 피력했다.
사실 그때의 나는 대기업에 종속되어 충실히 을이나 병의 일을 수행해야만 하는 나와 우리 직원들의 고객과의 불합리한 관계를 끊어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우리 제품을 만들고 서비스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었던거 같다.
그리고 다시 8년이 지났다. 참 시간이 빠르다는 것을 새삼 무섭게 느끼고 있다.
이제는 창업 10년도 지나 15년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다. 당시 직원들에게 피력한 나의 얘기들이 전적으로 성공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때 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스스로 하고 있다. 기업은 변하는 것이다. 하지만 꼭 엄청난 변화와 발전이 필요한 것만은 아니다.
순간순간은 아니더라도 우리의 전략은 수정이 될 수 있고, 우리의 방법도 변경이 될 수 있다. 뭘 하려고 하는, 의지를 건전하게 가지고 묵묵히 발전된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그게 기업의 가치를 지켜나가는 게 아닐까
또 조금의 시간이 지나면 다시 15주년 기념식을 해야 할지 모른다. 어쩌면 그때는 뭘 이뤄야지 하는 각오보다는 천천히 조금씩 발전하면서 가다 보면 그때는 뭔가가 좀 나아졌겠지 하는 생각을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