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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케이 Mar 01. 2024

세상은 무너지지 않다

좀 더 넓고 크게 생각하지 못하는 반성

회사 건물의 21층에는 야외 테라스가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이다.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곳이라 주로 흡연자들이 올라 오지만, 휴식을 취하러 올라오는 사람들도 있다. 혼자서 올라오는 사람. 여럿이 함께 올라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공간이다. 나도 자주 이용을 하는데, 이른 아침에 올라오면 뭔가 각오를 다질 수도 있는 근사한 공간이 되기도 한다.

어제는 혼자서 하늘을 보며 울고 있는 입주 회사의 직원을 봤다. 30대 초반 정도의 젊은 분으로 보였다.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땅과 허공과 하늘을 번갈아 보며 눈물을 흘리고 닦고를 반복했다.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이 있거나, 회사에서 기분 나쁜 일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공공의 장소에는 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여러 억울함이 있어서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다행히 우리 회사 직원은 아니어서 민망한 상황은 피할 수 있었지만(누구도 쉽게 간섭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디 빠르게 괜찮아 지기를 바랄 뿐이다. 



신입사원 시절이 생각났다. 스펙이 대단한 회사 선배들은 전공이 다른 나를 쉽게 인정하지 않았다.(난 기계공학을 전공했지만 IT 회사 엔지니어로 취직을 했다. 대학 공부는 왜 한 건지.) 부족한 마음에 언제나 회사에서 가장 일찍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을 하면서 잡다한 일들을 가리지 않고 했다. 선배들에게 인정을 받는 유일한 방법은 업무를 빠르게 익히거나 잡다한 일들을 처리해 선배들의 업무를 들어주는 것이라 생각을 했다. 그렇게 몇 달 동안 몸을 혹사시키면서 앞만 보고 내달렸다. 어느 날 바로 윗 선배로부터 몇 달이 지났는데, 성장하는 모습이 안 보이는데, 이러면 짤릴 수도 있다(그래서 뭐 어떻게 하라는 얘기는 안 하면서..)’는 친절하고 냉정한 얘기를 듣게 되었다. 그날 퇴근 후 쓰러져 3일 동안 좁은 자칫방에서 고열과 싸웠다. 몸을 이렇게 혹사시키면서 노력했는데, 그걸 알아주지 못하는 선배(적어도 내가 이 선배보다는 더 잘한다고 생각할 때였다.)에 대한 원망과 짤릴 수 있다는 두려움이 나를 주저앉게 했던 거 같다. 나는 그 일이 있은 후부터 밤을 새우면서 일을 하지 않았고, 새벽부터 출근해서 사무실 이곳저곳 정리도 하지 않았다. 내 자존감과 건강을 지켜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힘을 빼고 회사생활을 하니 오히려 더 긍정적이고 건강하게 회사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지만 구박도 많이 당하고 억울한 것도 많았던 시기였다.



울면서 하늘을 보는 젊은 직장인을 따라 나도 하늘을 봤다. 맑은 하늘이다. ‘내가 언제 하늘을 봤더라?’  특히 밤하늘을.  생각해 보면 서울에서 밤하늘을 보며 별을 본 기억이 까마득하다. 밤에 더욱 밝게 빛나며 존재를 알리려고 하는 고층 건물들 때문이기도 하다. 건물을 보게 될 뿐 하늘을 보지 않았던 거다. 적어도 서울 땅에서는 하늘보다 땅 위의 건물들이 주목을 받기 때문이 아닐까.  


해외 출장을 가는 야간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밖을 보는데 수많은 별들에 깜짝 놀랐다. 정말 놀랐다. 처음 보는 수많은 별에 아이처럼 신기하게 오랜 시간 쳐다봤다. 어떤 별은 지금도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이고, 어떤 별들은 아주 오래된 과거에 뿜어낸 빛을 지금 우리가 보고 있을 뿐 사라진 별일수도 있다.  아무튼 이렇게 캄캄한 밤하늘에 수많은 별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이상한 감정이 생긴다. 언젠가 시골 어느 곳에 여행을 갔을 때, 밤하늘에서 이런 별들을 본 것 같기도 하고, 그게 꿈인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아주 오래전의 일일 것이다. 그 어린 시절의 아픔과 신기함의 마음을 다시 느끼게 된다. 비행기를 타고 이렇게 높이 올라와도 별들은 더 높고 멀리 보인다. 인간의 존재는 겨우 이 정도인데..



겨우 땅에 발을 붙여야만 사는 내 모습이 갑자기 우스워진다. 



갈등 때문에 힘들어하는 내 모습이 우습고, 전략이라고 갈등을 조작하는 부끄러운 모습이 우습고, 사소한 일에도 큰 상처를 입는 모습이 우습고, 걱정하는 마음을 더 키우는 모습이 우습고, 불안해하며 조바심을 키워가는 모습이 우습고, 조금 더 잘 살아보려고 바둥거리며 사는 모습이 우습고, 관계를 만들어 보려고 힘들어하는 모습이 우습고, 관계가 끊어질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우습다.


뭐든 최선을 다해 잘해야 한다는 작은 마음이 우습고, 남을 탓하는 나쁜 소심함을 키워가는 마음이 우습고, 삶이 영원하리라는 겁 없이 멍청한 마음이 우습고, 하기 싫은 일을 가치 있는 일이라 애써 자위하는 마음이 우습고, 힘들어도 내색하면 안 된다는 어리석은 마음이 우습고, 나약함을 인정하지 않는 이기적인 마음이 우습고, 


이런 것들을 모두 걱정하며 바둥바둥 살아가는 내 모습이 정말 우습니다.


차가운 겨울이 지나고 있다. 얼어붙은 여러 가지도 말끔히 녹아내리기를 바라고픈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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