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Breath Becomes Air
언젠가 제주도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면서 읽은 책입니다. 어쩔 수 없이 지금 순간순간만을 위해서 바쁘게 살고 있는 저 같은 분들에게 '잠깐 멈춤'으로 생각하고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저자 '폴 칼라니티'는 촉망받던 신경외과 의사였습니다. 하고자 하는 일을 위해서 어려운 공부와 의사로서의 일들을 힘들게 해 나가는 중이었습니다. 매일 환자의 삶과 죽음을 판단하던 그가 어느 날 말기 암 환자라는 진단을 받습니다. 그렇게 의사에서 환자가 됩니다. 이 책은 의사와 환자, 삶과 죽음, 계획과 무력함의 경계가 무너지는 지점에서 시작합니다.
『숨결이 바람 될 때』는 단순한 투병기를 서술한 책이 아닙니다. 이 책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죽음이라는 가장 분명한 경계 위에 세워놓고 우리에게 건네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나중에”를 말합니다.
시간이 더 생기면, 여유가 생기면, 준비가 되면. 하지만 이 책에서는 '나중은 보장되지 않는다'라고 말합니다.
이 책에서 더 인상 깊었던 것은 아내의 시선 때문입니다. 죽음을 겪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곁에서 그를 사랑하는, 남겨지는 사람의 고통까지 담아내고 있습니다. 저 또한 한 아이의 아빠이자 남편입니다. 저자처럼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마치 아내 '루시'처럼 말이죠.
저자와 아내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남편은 촉망받는 신경외과 의사로, 아내 역시 자신의 커리어와 삶의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달리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 ‘최선’이 서로를 향하고 있지 않았다는 데 있었습니다. 둘은 싸우지는 않았지만 서로를 이해하지도 못했습니다. 각자 바쁨은 때로 갈등보다 더 큰 거리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책 속에서 드러나는 두 사람의 모습은 특별히 불행해서는 아니지만 결혼 생활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까지 느끼게 됩니다.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라, 서로 바쁜 생활에 사랑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잊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환자’가 됩니다. 남편의 시한부 판정은 부부에게 삶의 우선순위를 잔인할 만큼 명확하게 만들게 됩니다. 더 이상 “나중에”는 없고, “언젠가”라는 말은 의미를 잃게 됩니다. 놀라운 점은 이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두 사람이 오히려 다시 연결되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얼마나 살 수 있는지가 아니라, 남은 시간을 어떻게 함께 보낼 것인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아이를 가질 것인지, 일을 어디까지 이어갈 것인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내려놓을 것인지. 이 계획들은 미래를 장담하지 않기 때문에 더 진실해 보입니다. 그리고 그 진실함이 두 사람을 다시 ‘부부’로 만들게 됩니다.
『숨결이 바람 될 때』는 분명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저자의 슬픔이 있는 책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아주 정직하게 '죽음'을 대하는 살아 있는 책이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책을 다 읽었지만 당장 내 삶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 '오늘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진중히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