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Ep6. 두려움이라는 악마

2021년 3월 첫 번째 이야기

by 디케이
보이는 역경은 오히려 낫다.
불안감이 심해지면 두려움이라는 무서운 악마를 만나게 될 것이다.
이 악마가 나를 모두 집어삼킨다면 결국 지옥을 맞이 할 수 있다.
' 이러다 회사가 망하는 거 아냐? 아냐. 곧 나아질 거야! '




daniel-chekalov-OxU08SFhPbI-unsplash.jpg

2월 부진한 실적에 고민하느라 잠도 잘 못 자고 두통도 심해져 몸도 많이 상했다. 그런 와중에 첫 분기의 마지막 달이자 부진을 꼭 이겨내야만 하는 3월이 다가왔다. 직원들에게 현재 실적 부진의 어려운 상황을 표현하고 의지를 더 높이기 위해서 회사 내부 분위기를 긴박하게 만들기 위해서 행동으로 옮겼다. 오늘 역시 새벽에 출근해 하루 할 일을 체크하고, 올해 비즈니스 전략을 수정하고, 실적 부진에 대한 원인과 대책을 고민하고 신사업에 대한 새로운 트렌드를 연구하면서 보냈다. '나는 정말 열심히 해'라고 직원들에게 시위라도 하듯이 말이다.(물론 대부분의 직원들은 대표의 행동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일주일 중 대부분을 새벽에 출근해서 내 방의 불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고 점심시간 등 휴식시간에 의도적으로 회사의 위기를 알리려고 행동하고 말로 표현했다. '이렇게 스스로 작아져도 되나? 나를 혹사해 분위기를 만든다?' 사실 정말 어리석고 부끄럽고 멍청한 행동들이다.

" 이렇게 안 좋은 실적이 이어지면 회사가 어려워지는 건 한 순간일 수 도 있습니다. 제대로 긴장해야만 해요"


임원들을 포함한 우리 직원들의 의지를 끌어 올리기에 이런 적절한 분위기 긴장 조장이 꽤 효과적일 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잘못된 생각이라는 걸 바로 알게 되었다. '아 나도 힘든데, 이 분들도 힘들겠지'라고 우선 생각을 해야 하는데, 불안감이 나를 '작은 CEO'로 만들어 버렸다.

future-g683253d37_1920.jpg


직원들은 위기감이 드는 직장보다는 편안한 환경이 조성된 직장을 선호한다. 많은 조직 사례에서 회사의 안전이 보장된 곳에서 더 좋은 실적과 성과를 낸다고 밝혀져 있다. 반대로 안정이 보장되지 않은 회사에서는 '불안'이라는 또 다른 변수를 직원들이 함께 마주하고 이겨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차라리 지금은 조금 어려울 수 있지만 곧 문제가 해결이 될 거니 함께 잘해보자는 신호를 주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어쩌면 CEO의 조급함에 따른 다급한 잘못된 결정으로 더 나쁜 결과를 초대할 수 있고 그런 행동을 내가 스스로 한 것이 되었다. 결국 잘못된 사내 분위기 조성은 그만두고 솔직히 얘기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모두 아는 것처럼 1월, 2월 실적이 좋지 않습니다.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는 한해의 초반을 이렇게 시작해서는 안됩니다. 다행히 3월은 이익이 예상되니 함께 힘을 모아 정말 잘해 봅시다."


이렇게 얘기하고 기다리는 게 최선일지는 모르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고 이제는 기다려야 한다. 사실 잘 모른다. 나 혼자 긴장을 조성한다고 느꼈을 뿐 직원들은 전혀 생각을 안 할 수도 있고, '대표가 알아서 해야 할 일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혹은 대표가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아도 직원들 스스로 더 노력하고 위기를 이겨낼 수 도 있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런 위기 상황에서 대표의 역할이 크지 않고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지만, 이걸 수긍하는 대표는 많지 않아 보인다. 나도 마찬가지고.


가장 큰 문제는 대표인 나의 조급함에 있다. 직원들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를 먼저 찾고 주변을 살피는 게 맞다. 하지만 여전히 3월 실적까지 좋지 않을 것 같아서 불안하고 여전히 어렵다.


'나는 직원들을 못 믿는 것일까? 아니면 나 스스로를 못 믿는 것일까? '


CFO가 선임됨에 따라 이젠 투자유치를 위한 활동이 나의 주요 업무(지금까지는 회사에서 내가 주도적으로 해야 할 일이었다.)우선순위에서 서서히 밀리게 될 것이다. 투자유치가 전문분야도 아니고, 지금까지 IR 자료를 그렇게 잘 만들지도 못한 것 같고, 그래서 결국 만족할 만한 투자유치를 성공시키지는 못했다. 항상 여기까지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었다. 이제는 CFO가 더 전문적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다.

박덕근(PT).jpeg

작년에 가끔 만났던 벤처캐피털사와 IR행사를 진행했다. 우리회사로 방문했고 두 시간정도 공식적인 진행이 되었다. 미리 약속 된 부분이라 투자 유치는 내년에 진행이 될 것이라고 미리 양해를 구하고 가볍게 진행하였다. 자료를 만들고 발표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주관해서 진행하는 IR 행위는 아마도 마지막이 될 것이다.


"이제 CFO분이 곧 오시니 말씀하시기 편하실 겁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지난 몇 년간 회사의 사업 방향과 투자 유치 명분, 투자자들에게 보여 줄 수 있는 나의 엑싯 방법에 대한 신뢰, 우리 제품(서비스)의 우수성 , 우리 회사의 가능성, 회사의 신뢰성과 나의 정직성까지 오롯이 스스로 고민하며 솔직하게 작성한, 어쩌면 다듬어지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IR 자료와 발표는 오늘로 끝이 났다고 생각하니 시원 섭섭한 기분이다.


CFO가 아직 정식 입사 전이기 때문에 오늘 일정에 대해서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IR 관련해서는 CFO가 주관해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이제는 모두 알려야 하는 게 맞다) 이제 우리 회사의 IR 은 보다 전문성을 가지고 대표이사만의 의지와 신뢰뿐만 아니라 회사와 임직원들 모두의 의지와 신뢰를 담은 결과로 발전할 것이다.


올해도 투자자들은 많은 기업에 투자를 성공적으로 할 것이고, 많은 기업들이 투자유치에 성공할 것이다. 하지만 또 대다수의 기업들은 투자유치에 실패를 할 것이고 많은 기업이 자금 문제로 힘들어하거나 심지어 파산을 할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기업에게 특히 자금이 급한 회사들에게 있어서 투자유치는 중요한 것이다.

우리 역시 불과 얼마 전에 당장 회사가 투자유치를 성공적으로 하지 않으면 망할 수 있다고, 목숨을 걸고 투자유치를 위해 밤낮으로 뛰어 결국 투자를 유치했고, 그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지금은 투자 유치보다는 비즈니스 성장이 회사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된 것은 당시 투자 유치의 역할이 크다고 볼 수 있다.

investment-gd7b0edccf_1920.jpg

사실 상황이 급하고 심각할 때는 투자유치를 하느냐 못하느냐의 문제이지 투자사에 대한 분석은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나 역시 그랬다. 급한 상황에 무엇이 중요할까? 단지 '돈'이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투자자에 대해서도 꼭 알아야 한다. 많은 투자사에게 회사를 소개하고 투자를 받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었다. 이제야 그 투자사가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를 알리는 것만큼 우리에게 투자하려 하는 투자사에 대한 분석이 충분히 필요한 것이다.

'이 투자사는 왜 우리에게 투자하려고 하지?', '이 투자사가 제안하고 있는 게 신뢰가 있나?', '이 회사는 우리에 대해서 어디까지 알고 있나?'


재무적 투자자든 전략적 투자자든 투자자에 대한 분석은 정말 중요하고 꼭 필요하다. CFO가 그런 역할도 할 것이다. 아직 투자유치를 할 것도 아니지만 예전처럼 급한 것도 아니기에 투자에 대한 마음의 여유는 충분히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다음시간은 CEO 일기 여섯 번째 글인
'21년 3월 두번째 이야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