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두 번째 이야기
나는 '인복(人福)'이 많은 CEO인가? 없어서 항상 부족한 CEO인가?
항상 사람의 중요함과 동시에 어려움을 고민하면서 그렇게 CEO가 되어가고 있다.
"대표님은 인복(人福)이 많은 사람 같습니다."
오랜 시간 함께 한 회사 본부장이 가끔 나에게 하는 말이다. 기분 좋은 말이다.
실적은 계속해서 예상했던 것보다 좋지 않아 여전히 불안하다. 어제도 그리고 오늘도. 그렇지만 미래를 보고 지금 해야 하는 부분을 찾고 만들어 가야 한다. 두려워하고 걱정만 하며 시간을 보낸다면 달라지는 것 없이 미래에 대한 준비에 차질이 생길 것이다. 현 상황을 명확히 분석하되 미래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게을리하는 순간, 불안은 더 커지고 결국 마음속에는 두려움이 차지할 것이다.
우리 회사는 중간 여정인 IPO를 위해서 최고 재무책임자(CFO)가 꼭 필요한 상황이다. 첫 투자유치를 준비하면서 CFO의 필요성에 대해서 계속 고민을 하다가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주변에서 소개를 받고 인터뷰도 하면서 많은 사람을 소개받았다. 하지만 마땅한 사람이 없어서 계속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나와 함께 할 CFO에 대한 나의 기준은 명확하다.
첫째,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하고 IPO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
둘째, 회사의 비전 달성을 향해 나와 함께 정진할 수 있는 믿음이 있는 사람.
셋째, 신뢰가 가는 사람.
작년 말에 예비 CFO 두 명과 면접을 진행했다. 주변 지인을 통해서 여섯 분에 대한 소개를 받았고, 최종 두 명은 직접 만나서 면접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마음속으로 꼭 뽑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면접에 임했다.
첫 번째 후보는 대기업 유럽 주재원으로 나가 있으며 작은 기업을 상장시킨 경험도 있고 투자도 성공적으로 많이 성사시킨 경영학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는 투자 전문가였다. 오랜 해외 생활이 힘들고 지쳐서 이제는 액티브 한 스타트업 같은 회사를 성장시키고 투자를 받고 상장을 시키는 등의 일을 한국에서 하고 싶었고 소개받은 우리 회사가 마음에 들어 꼭 함께 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 회사는 이제 스타트업이라고 하기엔 좀 오래되었다는 생각을 하는데 말이다.)
'스펙이 너무 높지 않나?'
해외 명문대학 출신의 투자 전문가! 정말 탐이 나고 훌륭한 후보였다. 이 분과 함께하면 추가 투자는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계획대로 상장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의 최종 결정은 채용 거절이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채용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회사가 조금 더 성장하면 찾아뵙고 다시 모셔올 수 있도록 한 번 더 기회를 주시기 바랍니다. "
내가 정한 CFO 선발 기준에 안 맞는 건 아니었다. 아니 선발 기준을 훨씬 넘어섰다. 하지만 하나의 불안한 요소가 나의 결정을 '아니오'로 돌려세웠다. 지금 우리 회사의 임원들과의 조화의 문제였다. 우리 회사의 임원은 대외사업, IT사업, DT사업(DX;Digital Transformation)을 총괄하는 업무를 각자 책임지고 있으며 모두 업무 처리 개성이 분명하고 다르다. 아직 규모 있는 회사 출신의 CFO와 일해본 경험도 적어서 함께 업무를 진행할 때 시너지보다는 서로 의견 충돌이 많을 것 같았다. 결국 주관이 뚜렷하고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서 일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불도저형 CFO와는 맞지 않을 수 있다. 면접을 보면서 느낀 점은 이 분은 정말 개성이 뚜렷하였고,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부서가 재무부서라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타 부서도 모두 중요하지만 특히 재무부서는 회사의 흥망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필요한 경우 회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강한 권한을 부여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대기업처럼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회사가 아니어서 어쩌면 이 분의 얘기가 맞지만 좀 두려웠다. 아니 불편했다. 나는 회사가 성장을 할 수 있는 동력은 충분히 만들어졌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지금처럼 중요한 시점에 임원들끼리 의견 충돌로 인한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하는 일들이 사업 초기 때처럼 일어나기를 바라지 않는다. 어쩌면 잘못된 의사결정이 될 수 있지만 어쨌든 난 이런 이유로 이 유능한 CFO분을 포기했다.
또 다른 한분은 파트너 대표님을 통해서 소개를 받았던 분이다. 신뢰가 가고 투자자도 많이 아는 경험이 풍부한 인자하신 동네 아저씨 같은 분이었다. 나이가 상대적으로 많기는 하지만 CFO업무를 보기에 건강상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 정기적인 운동도 하신다고 하니 오히려 나보다 더 건강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나의 결정은 채용 거절이었다. 특별히 채용 기준에 벗어나지 않았지만 내 개인적인 기준에 따른 결정이었다. 첫 번째 후보 분과 다르게 이 분은 회사의 세 명의 임원과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고 생각도 조직에 대한 가치관도 비슷하였다. 조화를 못 이뤄서가 아니라 조화는 잘 될 거라 생각을 하지만 융합에 따른 시너지가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특별한 기준에 따르지 않고 기분, 감정에 의존해서 결정을 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때는 오롯이 내 기분 때문에 CFO자리를 못 결정하게 된 것이다.
막상 훌륭한 CFO 후보들을 거절하고 보니, 어쩌면 CFO를 구할 수 없겠다는 불안한 기분까지 들었다.
내가 CFO를 채용할 자격이 있기는 한 걸까?
CFO 뽑기를 원하기나 하는 걸까?
인연은 의도치 않게 갑자기 맺어지는 것 같다. 우리 회사의 고객이자 파트너로 만났던 코스닥에 상장된 반도체 회사의 CFO와 가끔 점심을 먹곤 했었다. 최근 CFO를 모시는 일 때문에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본인이 도와줄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 우리 회사의 CFO 업무와 역할에 대해서 서로 논의하게 되었다. 이 분도 우리 회사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고(아마 향후 추가 투자 및 상장의 가능성이 있는지 파악했을 것이다.) 나도 자체적으로 우리 회사 CFO로써 적당한 인물인지 분석하기 시작했다.
먼저 상장회사에서 CFO를 오랫동안 하고 있었고 금융회사 출신이어서 주변에 관련 네트워크가 탄탄하다. 분명 우리 회사의 추가 투자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첫 직장에서 IPO를 한 회사의 CFO로써 소임을 다한 경험이 있으며 새로운 회사를 상장시키는 일에도 꽤 관심이 있어서 우리 회사를 상장시키는 일에도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모르는 사람과 처음부터 인연을 맺어가는 게 아니라 가끔 미팅을 하고 식사도 한 경험이 있어서 충분히 신뢰 가는 사람이라고 판단했기에 이 부분도 불확실성이 적었다. 임원들과의 조화는 단언컨대 훌륭히 이뤄 나갈 것이다. 기존 임원들이 잘 모르는 영역(규정, 법, 회계 등)을 도움받기에도 충분하고 본인 기준은 명확하나 강하지 한고 유연하게 대처할 분명한 인물이다. 회사의 이익을 기준으로 조화롭게 비전을 향해 충분히 함께할 적임자로 판단되었다.
"저와 함께 우리 회사를 한 단계 더 성장시켜 보겠습니까?"
"네 그렇게 해 봅시다!"
이렇게 회사 설립 11년이 지나서 전문 CFO를 영입하게 되었다.
나는 회사의 CEO로써 '확고한 미래를 그리며 노력'해야 한다. 그 미래를 그리는데 중요한 부분은 무엇보다 '사람'이고 그 사람을 채용해야 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정말 어렵다. 힘들게 따라다니며 구애를 해서 채용한 직원이 한마디 언급 없이 퇴사를 하기도 하고, 전혀 생각지 못한 직원이 회사에 대한 애사심으로 큰 역할을 하기도 한다. 알 수가 없다.
사업을 10년 넘게 하면서 배운 하나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사람이 전부다.'는 명확한데, 경험을 하고 훈련을 해도 좀처럼 풀리지 않는 나에게 참 어려운 문제다. 마치 복잡한 큐브 맞추기처럼.
다음 글은
CEO 일기 여섯 번째 글인
'21년 2월 마지막 이야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