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Ep.13 두려운. 꼬마 CEO

2021년 4월 네 번째 이야기

by 디케이
어떠면 내가 아닐 수 있다!

CEO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이다.

순간순간 다양한 의사결정의 순간이 오고,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 결정을 해야 한다. 가끔 내가 우리 회사의 의사결정을 가장 현명하게 내릴 수 있는 사람이긴 할까? 결정을 위해서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과학적 근거에 의해서 결정을 내리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오늘. 내가 아니라면. 다른 누군가가 내 자리에서 최종 의사결정을 한다면 회사가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심한 생각을 한다.


대표님. 4월 예상 실적이 나왔습니다!


4월 예상 실적이 나왔다. 참혹한 결과가 예상된다. 누구를 탓하기도 원망하기도 어렵다. 그냥 두려움이 밀려온다. 난 언제쯤 단기 실적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CEO가 될 수 있을까? 창업 후 힘들었던 시간들로 습관이 되어서 그런 걸까? 자금이 모라자 돈을 구하러 다시던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는 강한 자기 방어에서 오는 생존 본능일까?


나쁜 실적 예상은 아직도 나의 내면에 있는 초라하고, 두렵고 겁이 많은 작은 CEO를 불러낸다. 이 친구는 아직도 나를 종종 괴롭힌다. 공부를 하고 훈련을 아무리 해도 언제나 나타나는 두려운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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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강하고 건강하게 이끌어갈 현명한 경영진을 빨리 구축되어야겠구나!

요즘 들어서 이런 생각을 많이 한다. 내가 이 회사를 더 성장시킬 수 있는 적절한 의사결정자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들이다. 다른 누군가가 맡아서 회사를 경영한다면 지금 우리 회사를 지금의 나 보다는 한 단계 더 성장시킬 수 있다는 그런 생각들이다. 10년이 넘는 동안 회사는 많은 위기를 겪고 넘기면서 나름대로 성장을 해왔고 나 역시 변화하는 시기와 성장하는 조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 학습하고 훈련하는 등 수없이 노력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지만 요즘 들어 이런 생각들이 자주 드는 게 사실이다.



회사에서 내가 가장 적절한 최고 의사결정권자인가? 단지 창업자라는 것만으로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여러 가지 생각을 한다. 나는 결정을 빠르게 내리는 편이다. 망설이거나 머뭇거리지 않는 편이지만, 하지만 빠른 결정이 옳은 것인지는 장담할 수 없다. 바람직하지 않은 결정을 빠르게 내린다면 회사에 큰 손실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빠른 결정이 아니라 신중하고 바른 결정이 회사에는 필요하다. 12년 동안 결정을 내리고 있지만 문득 진지하게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적임자가 맞나? 아닐 수도 있다!!



4월은 몇 억 원의 적자 마감이 예상된다. 회사에 현금 유보금이 없다면 나는 이 금액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구해와야 한다. 과거에 많이 경험했던 일이라 이 일이 얼마나 힘들고 아찔한 두려움인지 잘 안다. (그때 회사에 돈을 빌려와야 하는 일이 CEO의 업무의 전부라고 생각을 할 정도였다.)


적자의 규모도 문제지만 내용이 나쁘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지난 1월, 2월 그리고 4월. 회사 비용이 급등해서 영업적자가 많이 난 게 아니다. 그 기간 동안 개발 등 다른 부서에 갑자기 들어간 비용도 없고 (제품을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한) 연구개발이나, 제품을 출시하기 전 홍보, 마케팅 등의 투자 비용이 늘어나서 영업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다. 올해 영업적자는 오로지 '실적' 때문이다. 매출이 저조해서 얻게 된 것이다.


대안으로 준비한 데이터 활용 사업도 다음 달에 그 결과가 나오니, 다음 달 실적은 어느 정도 나쁘지 않을 것이지만 지금은 5월이 아니라 4월 마감이 중요한 것 아닌가. 원래 진행이 되어야 할 정부 사업이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아마 더 미뤄질 것이다. 정부 사업이 예상보다 늦게 진행이 되어 우리 회사보다 규모가 작은 회사들이 많이 힘들다는 얘기를 귓등으로만 들었는데,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한 듯하다.




실적이 좋지 않으면 책을 더 보게 된다.

리더십과 관련하여 쓴 많은 책에서 리더가 직무를 다하지 못하면 회사에서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일반적으로 언급한다. 하지만 중소기업에서는 참 어려운 문제다. 리더로 성장시키기도, 제대로 된 리더십을 교육하기도, 자율적으로 맡기기도 그리고 책임을 묻기도 마찬가지다. 팀별/부서별 업무 자체가 완전히 독립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성과도 책임도 특정한 누구의 문제로 국한시키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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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에서는 아직 실적이 나쁘다고 임원을 해고한 사례가 없다. 각자가 여러 업무를 보니 책임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는 명확한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권한'을 최대한 부여하고 의무도 명시하여 결과에 책임을 지게 하는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다. 과거로 돌아갈 수 없지만 창업 초기로 돌아간다면 '평가 시스템'은 무조건 우선 만들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회사 그 자체는 가치를 만들어내고 사회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일을 생산해 내는 것이 목적이 될 수 있지만 거기서 일하는 우리 모두에게 회사는 우리가 목표로 하는(재미있게 살기 위한) 삶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하나의 도구이다. 친목 도모를 위한 모임도 아니고 절대적인 희생을 필요로 하는 가족은 더더욱 아니다. 결국 그 관계는 어느 정도의 거리가 있어야 한다.(드라이하게 일을 해야 한다는 거다.) 임직원 모두에게 그런 관계가 서로에게 공유가 되고 공감을 할 때가 오면 업무에 대한 권한/책임 등을 스스로가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약속 안 지켰으니 책임져야지?


퇴근하고 현관에서 만난 초딩 아들에게 들은 첫마디다.

갑작스럽게 저녁 약속이 생겨서 일찍 들어간다는 아이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다. 오늘 저녁 나에게 주어진 일은 아이와 함께 보내는 것이었지만 지키지 못했다. 집에서는 아이의 아빠가 나의 책무이니 어떠한 방법으로든 책임을 져야 한다. (결국 아이가 갖고 싶은 선물을 사 주기로 하고 마무리가 되었다.)


어쨌든 1월과 2월과 마찬가지로 4월 실적에 대해서 책임을 질 사람은 나다. 누구도 탓할 수 없다. 아직 나는 나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스스로 반성하고 대안을 찾는 일들을 더 열심히 할 뿐이다. 다음 달이면 나와 우리 회사의 임직원 모두에게는 '그냥 적자가 난 달'로 잊힐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누군가 책임을 지지 않거나 원인 없는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결국 임직원 모두에게 주어져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래서 실적 부진에 대한 심각성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고, 평가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중요한 것이다. 적어도 기억에서 잊히지 않게 말이다.


꼬마 CEO! 넌 누구니?


겁 많고 수줍은 내 안의 작은 CEO가 나타날 때가 있다.

회사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위기가 감지되면 가끔 나타나서 나를 괴롭힌다.

이 또 다른 나는 한번 나타나면 나를 결정 장애자로 만들기도 하고, 두려움에 떠는 소심한 대표를 만들기도 한다.

언젠가는 이 친구도 성장을 해서 힘든 일이 생기면 오히려 나를 도와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항상 가져 본다..



CEO 일기 다음 시간은
Ep14. '2021년 4월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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