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Ep.16 뜻대로 되는 건 없다

2021년 5월의 두 번째 이야기

by 디케이
"아빠 오늘 늦을 거야.
회사에 좋은 일이 있어서 저녁 먹고 들어갈게"

아침부터 물어보지도 않는 아들에게 좋은 소식이 있어서 늦겠다고 얘기했다. 햇살도 화창하고 하늘에 작은 흰 섬들이 멋있게 자리 잡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훌륭한 아침이다. 하루가 이렇게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오늘은 함께 노력하고 착실히 준비한 결과가 나오는 날이니 기쁘고 감사한 하루로 마무리될 것이다.



오늘은 정부의 데이터 지원사업 결과가 있는 날이다. 올해 예상하지 못한 실적 부진은 작년부터 착실하게 준비한 이번 사업의 결과가 나오면 모두 해결이 될 것이다. 작년에 몇 군대 고객사를 시범적으로 해 보았기 때문에 올해는 더욱 자신감이 있다. 작년 말부터 이 사업의 중요성과 데이터를 취급하는 우리 회사의 미래 지향점에 맞는 사업이라는 점 등을 영업부서에 끊임없이 얘기를 했고, 기획팀에도 사업 계획 작성에 대해서 프로세스를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함께 고민했었다. 함께 노력을 했고, 충분히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사업 신청 결과는 62개 고객사 접수! 지난달에 달성한 사업 신청 개수이다. 작년 한 해 동안 다섯 곳을 신청한 것에 비하면 10배 이상 성장했다. 작년에 비해서 10배 이상의 고객이 데이터 사업을 우리와 함께 하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이제 오늘 최종 사업 승인에 대한 결과가 나오면 되는 것이다. 90퍼센트 수주율을 예측했으니, 55곳 정도의 사업만 수주한다면 성공적인 결과다.




프로젝트를 준비한 팀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내 방에서 다른 일들을 하고 있었지만 바깥소리에 귀를 기울이느라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결과가 나오면 개발자 충원을 바로 진행해서 사업에 문제없게 해야겠다?' 하는 고민을 하면서 말이다.


"많은 고객사와 계약이 이뤄질 겁니다. 결과가 좋을 것입니다."
"다들 고생했으니 좋은 결과가 나올 거예요. 오늘 회식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밖에서는 긍정적인 얘기들이 귓가에 들여왔다. 모두들 겉으로 내색을 하지 않지만 축배의 분위기가 서서히 형성이 되고 있었다. 결과 시점에 맞춰서 샴페인만 터트리면 되는 것이다. 나는 나가서 격려와 축하를 하면 된다. 드디어 사업 주관기관의 홈페이지에서 우리가 제안한 고객사의 수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다가왔다. 팀원 두 명이 분담해서 확인을 하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쉬운 일은 어떤 것도 없고.
어떤 일도 예상한 대로 되지 않는다.


한 곳 한 곳, 확인을 하면 할수록 밖에서는 대화가 줄어들고 결국 정적이 흐르기 시작한다. 결과가 좋지 않다. 그래도 좀 나아질까 생각을 했지만 역시나 최종 결과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나빴다. '3곳' 총수주는 세 곳이었다. 충격이었다. 62곳의 고객사 중에서 단지 3곳만 사업 승인이 난 것이다. 나머지는? 떨어진 이유를 알고 싶었다. 우리 제안이 그렇게 형편없었는지? 아니면 중소제조기업에 데이터 사업을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갑자기 예산이 고갈이라도 난 건지. 정말이지 형편없는 수주 결과보다는 떨어진 이유를 알고 싶었다. 이유! 하지만 알 수 있는 방법도 없고 물어볼 곳도 없다.




우리는 100곳 이상의 고객사를 방문하고 사업 제안을 같이 논의하고, 사업계획서를 고객과 함께 작성하고 제출할 수많은 서류를 모두 준비하는 등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지만 결국 수주율 5%도 안되고 효율성 '0'인 멍청이가 되었다. 평가기준을 알 수 없다는 게 너무 이해가 되지 않지만 딱히 하소연할 곳도 방법도 없다.




야심 차게 준비한 사업이었는데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오자 나뿐만 아니라 관련하여 업무를 진행한 여러 부서의 직원들도 실망과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바깥 분위기가 좋지 않아 방에서 나갈 타이밍을 찾지 못했다. '수고했어! 다음을 기약하자. 잘 될 수도 있고 안 되는 일도 있으니 너무 실망하지 맙시다'라고 얘기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게 안될 것 같다. 답답하고 실망의 기운이 가득한 내 방에서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는 내 모습이 처량하고 우울해지기까지 한다.




이 사업이 잘 안 된 이유를 찾기보다는 빨간불이 켜진 실적이 더 큰 문제이다. 이 국면을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우선해야 한다. 조금 전도 과거고 어쩌면 생각하는 지금도 과거일 수 있다. 과거를 잊어버려야 한다. 나쁜 과거는 더욱 빨리 잊어버려야 한다.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이 국면을 벗어날 수 있는 드라마틱한 요소를 찾아야 한다. 이게 내가 할 일이다.




오랫동안 가지 않던 허름한 예전 단골 술집을 찾았다. 그곳에 그대로 그 모습으로 있었다. 나에겐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일들이 있고, 하루하루 힘들고 기쁜 일들이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지만 이곳은 여전히 시간이 멈춰 있다. 우리의 일은 항상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나 불행히도 모른척하거나 도망칠 수도 없다. 잘 안된다고 도전을 피할 수도 없다. 좋아하지 않거나 도전을 하지 않는 일을 해도 실패를 할 수 있다. 가능하면 실패를 할 수도 있지만 좋아해서 진심을 담아 준비할 수 있는 도전을 하는 일이 더욱 가치 있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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