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의 마지막 이야기
대표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사장 듣기 싫고 무서운 말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말이다. 오늘 '퇴사'를 하겠다고 통보한 친구는 회사의 특허전략을 전담으로 업무를 보고 있고 나와도 업무를 함께 공유하는 사원이다. 특허를 전담하고 있어서 다른 직원들보다 직접 얘기할 기회가 많았고 회사의 비전을 좀 가까이에서 더 자주 보여 줬다고 생각했는데, 입사 후 이렇게 빨리 퇴사를 결정한 사실이 이해가 되지 않고 나에게 가혹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봐 지금 난 아직 해결해야 할 여러 악재에서 빠져나오지도 못하고 있다구!
면담을 하면서 여러 가지 퇴사 이유를 그로부터 들었지만 결국 나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분명 나의 욕심이 문제였다. 이 친구는 '투자와 회계'를 전문으로 본인 커리어를 쌓으려 했던 직원이었다. 국제 회계사 자격증도 준비를 하고 있고 자신의 커리어를 체계적으로 쌓아가고 있었다. 그 기회를 살리는 연장선상에서 우리 회사에 입사를 했지만 현실은 조금 달랐을 것이다. 우리 회사에서는 연구과제의 회계관리, 투자 유치를 위한 자금 분석의 업무 등의 일을 산발적으로 하다 보니 자신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아직 사원이었고 회계와 투자와 관련하여 여러 경험이 필요할 듯하여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내가 틀렸던 것이다. 거기에 특허까지도 함께 회의를 진행했으니..
그의 의견을 존중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도와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서로 짧지만 강한 인연을 쿨하게 정리했다. 직원의 퇴사는 이유를 내가 명확하게 안다면 '마음 상하지 않고' 어쩌면 쿨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깨달았다. 어떻게 만류할 수가 없는 부분이다. 이 친구와 내가 생각하는 지금의 기획팀(이 친구는 기획팀 소속이다)이 다르기 때문이다. 난 그가 생각하는 커리어를 지켜 줄 수가 없는 것이고 그는 그의 일을 찾아 떠다는 것이다. 그뿐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의 성실함과 스마트한 업무 처리를 겪어 보았기 때문에 아쉬움은 크다. 나에겐 아직도 직원의 퇴사는 여전히 힘든 일이다. 내색을 할 수 없지만 아주 힘들고 받아들이기 고통스러운 일이다.
다음날 아침. 퇴사를 결정한 직원 팀의 선배를 봤다. 경험이 아주 많지는 않지만 업무의 탁월함으로 기획팀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는 직원이다. 힘이 하나도 없는 표정에 덜컥 겁이 났다. 가까운 동료가 퇴사를 결정했다고 그러는 걸까? 아니면 주도적으로 사업을 이끌어 왔던 데이터 사업의 폭망으로 좌절해서 그러는 걸까? 혹시 본인 커리어에 도움이 안 된다고 퇴사를 고민하는 걸까?
'이봐! 아무것도 아니야. 뭐가 되었든지 네게 경험이 되고 도움이 될 거야! 별일 아니니 잊어버리고 팀원 충원과 신사업 진척사항 등 얘기나 좀 나누자구!'
이런 말을 했으면 좋을 텐데, 눈치만 보게 된다. 시간이 좀 지나서 다시 얘기를 해야지 하고 돌아선다. (이상하게 난. 대표 연차가 늘어날수록 직원들의 눈치를 더 많이 보게 된다..) 조직에서 사람은 정말 중요하지만 특히 중소기업에서는 '사람'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똑똑하고 다재다능한 직원 한 명이 10명의 직원의 업무 성과를 내는 경우도 있다. 한 명의 퇴사는 그 물리적 숫자 '1'이 아니라 10명 이상이 퇴사를 하는 현상을 초래할 수도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 그래서 아주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어렵지만 신입사원일 때부터 그런 친구를 성장시켜야 한다. 시간이 흘러 이런 친구가 퇴사를 할 때 대표는 큰 외로움을 맞이한다. 슬럼프에 빠지기도 하고 그렇다. 그래서 오늘이 그런 날인 모양이다.
4월에 이어 5월 실적도 적자로 마무리가 되었다. 올해는 3월을 제외하고는 모든 달이 적자로 마무리가 된 것이다. '이러다 올해 폭망 하겠는데.' 불안이 두통을 일으키면서 배가 아팠다. 병원에 들러 장염이라는 진단을 받고 주사를 맞고 약을 처방받았다. 배가 계속 아파서 힘들었지만 머릿속은 오로지 실적 걱정밖에 없었다. '이런 젠장!'
다행히 아직 현금흐름은 그럭저럭 괜찮다. 부진한 실적이 계속 이어지면 회사의 분위기도 가라앉고 의욕도 생기지 않아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침체 국면에 빠질 수 있어서 그게 더 걱정이다. 적자가 연속일 때 분위기마저 내려 않는다면 부진에서 빠져나올 동력도 약해져 자칫 더한 위기도 올 수 있다. 1사 분기의 3월처럼 다음 달도 좋은 실적을 내서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한다. 지금 실적 향상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수립한다는 건 의미가 없으니 결과를 낼 수 있는 부분에 집중을 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