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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eleine May 14. 2017

밥상, 세 번째

밥상이라 쓰고 술상이라 부른다

집에서 요리를 하면 사실 귀찮은 것 투성이다. 안 그래도 좁은 주방에서 이것저것 만들다 보면, 밥도 먹기 전에 지치기 마련. 하지만 그래도 내가 집에서 먹는 밥, 술!을 고집하는 이유는 우리 부부의 첫 공간이기 때문이다. 밖에서 외식을 할 때도 늘 가던 식당을 가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나만의 맛집 리스트에 정리해둔다. 부산에 살 때는 우리 동네 놀러 오는 친구들에게 우리 동네 맛집을 소개하는 걸 좋아했다.


TV에 나오지 않은 곳이야. 나만의 맛집이지


이 말은 왠지 뭔가, 숨겨둔 내 보물을 친구에게 슬쩍 보여주는 것 같은 애정도이다. 결혼을 하고 부터는 내가 어설프게 만든 나만의 요리들을 소개하기를 즐긴다. 당연 요즘 제일 친한 친구인 내 남편은 주말마다 내가 만든 밥상에 초대된다. 가장 실험을 많이 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파무침과 명이나물, 양배추 그리고 삼겹살

미세먼지로 목이 칼칼한 어느 날, 삼겹살을 구웠다. 요즘 애들 키우는 집에서는 집에서 굽는 건 물론이고 볶는 요리도 잘 하지 않는다고 한다. 몸에 안 좋다고는 하나, 아직은 애도 없고 평생을 집에서 구워 먹은 삼겹살이라 창문을 활짝 열어 구고 고기를 구웠다. 정육점에서 센스 있게 챙겨준 파로는 파무침을 만들고 별미로 한두 캔씩 사다 놓는 골뱅이를 넣었다. 씹는 맛이 30 추가된다.


새우를 듬뿍 넣은 감바스

동네 빵집에서 산 치아바타와 나의 최근 히트 메뉴인 감바스. 소복이 담은 샐러드와 함께!

밖에서 사 먹으면 새우 몇 개가 아쉽지만 집에서 만들면 새우를 쌓아두고 먹을 수 있어서 좋다. 다른 한신에 비해 재료값이 비싸긴 하지만. 사먹는 것에 비하면 껌이지!

새우로 콜레스테롤 섭취 가득인 주말의 밥상은 언제나 남편과 함께 야구를 보는 시간. 야구장에 가는 건 좋지만 아직 TV로 까지 야구를 챙겨볼 정도는 아니지만 서로를 위한 주말이니까 한 걸음 물러서서 주말을 즐긴다.


아보카도 밥과 칭따오 한 병

오래전 코스트코에서 사둔 아보카도가 어찌나 잘 익었는지 숟가락만 닿여도 쓱 으깨진다.

명란젓은 없지만, 잘 읽은 계란과 간장, 참기름, 깨와 함께 비비면 한층 부드러운 계란밥이 완성된다. 여기에 짭조름한 스팸을 더한다. 맥주는 필수 옵션


콰가몰리와 감바스가 주인공. 의외의 인기쟁이 야채구이

부산에서 친구네 커플이 놀러 왔다. 결혼하고 처음 보는 친구가 남자 친구를 데리고 우리 집에 방문했다. 와인을 사 온다는 친구의 말에 어설프게나마 레스토랑 흉내를 내봤다. 허브 솔트를 뿌린 야채 구이와 아보카도와 토마토를 으깨서 만든 과카몰리. 자숙 새우가 귀여운 감바스와 푸짐한 샐러드. 그리고 시판용 소스로 후딱 만들어낸 파스타. 서울에 결혼식 겸 놀러 온 커플이 귀한 시간을 내서 우리 집에 방문해준 고마움과 고등학교 친구를 아직 까지 볼 수 있다는 감사함에 무르익는 밤. 와인 3병 클리어!


김치찜과 상큼한 엄마표 물김치와 샐러드

자르지 않은 통 삼겹살과 통김치를 넣고 은근한 불에서 하염없이 조리다 보면은 완성되는 김치찜. 잘 익은 김치만 있으면 별다른 양념도 없이 만들 수 있다. 삶은 양배추와 함께 쌈 싸 먹는 저녁. 행복도 함께 쌈 싸 먹으리!


아보카도에 후추를 살짝 뿌리고, 치즈와 함께 맥주 한 병

야근이 많은 남편을 대신에 외로운 저녁을 채워주는 맥주 한 병. 물론 옆구리 살은 푸짐하게 늘어났지만, 그래도 혼자 즐기는 소소한 행복이다. 지난 몇 주간 취미생활 마냥 챙겨보던 대선 토론을 보며, 맥주로 채운 긴긴밤.

맥주는 향이 있는 맥주를 좋아하는 편인데, 그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에델바이스! 몇 병 사다 두면 괜스레 마음이 편하다. 이처럼 쓸쓸한 밤 내 친구가 되어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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