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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이형 Nov 15. 2015

아이의 감정적 순수함

'인사이드 아웃'을 중심으로

사춘기 아이의 머리 속으로 들어가 그가 겪는 감정 변화를 이야기로 풀어낸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 영화가 최근에 상영되었다. 그 영화를 보면서 사람의 감정을 어쩌면 이렇게 생생하게 의인화시켜 표현했는지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그 영화에 의하면 아이의 감정은 주로 기쁨(Joy)이 다른 감정을 통제한다. 하지만 잘 되지 않을 때가 종종 발생한다. 다른 감정 - 버럭(Anger), 까칠(Disgust), 슬픔(Sadness), 소심(Fear) - 들의 성격이 뚜렷하다. 반면 어른은 다르다. 엄마의 경우 슬픔이 리더로 다른 감정을 잘 통제하고 있고 아빠의 경우 버럭이 리더로 나타난다. 어른은 감정을 잘 통제하거나 뚜렷이 어느 한 감정이 많이 드러나는 한편 아이는 그게 명확하지 않다.


난 이런 측면에서 아이의 감정을 순수하다고 본다. 여기서 순수는 깨끗하고 아름답다의 의미가 아니라 원래 형태를 그대로 갖고 있다는 의미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그 순수를 자주 경험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게 잘 되지 않을 때 표현하는 감정이 대표적이다. 아이와 보드게임을 자주 하는데 이기고 싶은 마음이 좌절될 때 울어버린다. 또는 화를 내면서 발을 구르거나 물건을 차버린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그렇게 하면 안된다며 가르치려고 하는데 그게 잘 먹히지 않을 때 난 화를 내며 아이 감정을 잠재우려 한다. 아이가 겁을 먹기 때문에 감정 표현을 억제하는 효과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좀 있다가 보면 나는 여전히 화가 나 있거나 아니면 괜히 화를 냈다는 회한이 밀려오지만 아이는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즐겁게 놀고 있다. 어른은 감정에 자존심을 거는 반면 아이는 그냥 표현하고 끝인 경우가 많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보면 묘하게 감정을 넘나들며 이동하는 모습을 순수하다는 말로 표현하는 건 참 적절하다고 본다.


만약 어른이 아이의 감정을 순수하다 보지

않고 자기 식대로 해석하고 그걸 강요한다면 아이는 자기 감정을 해석할 힘을 가질 기회도 없이 부모의 해석을 그대로 받아쓰기하듯 내면화해버린다. 하지만 이 내면화는 강제적인 것이므로 내적인 저항을 하게 되는데 이 저항에 죄책감이 따라붙으면서 결국 자기만의 감정 해석 능력은 갖추지 못하게 된다. 그러니까 자기 감정을 이해할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이다. 감정은 자기 연결이며 이해 통로인데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기를 불편하게 하는 존재로 인식하면서 자기와의 분리를 가져온다. 분노가 주요 감정이 되면서 마음 속에는 울분이 쌓이고 화병이 생기는데 왜 그런지 모르고 누군가에게만 자기 분노를 뒤집어 씌울 궁리에 몰두하게 된다.


아이의 감정에 익숙치 않고 그걸 보면 당황스러워 어른으로서 뭔가 조치를 취해야 착하고 예의바른 아이로 자랄 것이라는 생각은 위와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아이의 감정을 억누르거나 대신 해석해주지 말고 존중해주는 게 필요하다. 그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수용의 장을 제공해야 한다. 그게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을 행동이라면, 감정 표현방식에 대해서 아이의 수준에 맞게 조근조근 이야기를 해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발을 쿵쿵 구르거나 물건을 집어던진다면 매를 들거나 소리지르며 아이를 제지하지 말고 - 이 역시 결코 좋은 방식의 감정 표현은 아니다 - 그 행동이 어떤 점에서 좋지 않은지 어른으로서 생각을 말해준다. 물건을 집어던지면 망가질텐데 그게 좋은 것일까? 발을 구르면 밑에 사는 사람이 불편하고 힘들어할텐데 그건 좀 자제했으면 좋겠다. 매트에서 구르는 건 어떨까? 이렇게 제안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의 행동을 보면서 아이의 감정을 반영해주기 - 읽어주기 - 가 필요하다. 아이는 자기가 어떤 감정인지 분별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래서 감정에 이름 붙이기 작업을 도와줄 필요가 있다. 감정의 속성을 알면 아이는 자기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감정은 절대로 나쁜 것이 아니다. 다만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는지에 대해서 사회적 존재로서 자기 역할이 요구될 뿐이다. 즉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방식으로 표현하지 말 것을 일러줘야 한다. 감정을 풍부하게 알아차리는 건 삶의 풍요로움을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감정이 발달하는 시기일수록 어른은 아이의 감정을 세심하게 다루어주고 존중해줘야 아이가 자기 감정을 수용하면서 적절히 표현하는 방법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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