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위로 형과 누나가 있는 막내다. 다섯 살 위의 형은 폭군이어서 어린 시절 좋지 않은 기억도 있지만, 나름의 막내아들 위치에서 애정을 받고 자랐다. 물론 공부로 애정과 관심을 받았기에, 나 역시 아내처럼 사람 관계는 서툴다. 독립적이지 못하고 정서적으로 다소 의존적이다.
게다가 생활에 있어서도 '다름'이 많이 나타난다. 아내는 밤늦게까지 혼자서 드라마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로 인해 아침잠도 많다. 나도 고요한 밤 시간을 좋아하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있다. 아내는 청소를 하면 물건을 '닦는 것'에 집중을 하지만, 나는 '정리하는 것'에 집중을 한다. 아내는 계산할 때 영수증을 확인하며 일일이 맞춰보지만, 나는 '설마 틀리겠어' 하며 영수증을 챙기지 않는다. 아내는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고, 나는 밖에 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아내는 위생관념에 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까지 조심하지만, 나는 눈에 보이는 수준에서 깨끗하면 된다. 아내는 이성적인 편이고, 나는 감성적인 편이다. 심지어 아내는 치약을 중간에서부터 짜고, 나는 끝에서부터 짠다.
아내와 마찰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한 생명체를 협업으로 양육하기 시작하면서이다. 딸이 태어나고 육아에 대한 태도가 다른 경우가 많았다. 특히 아내는 위생을 꼼꼼하게 챙겼고, 그런 아내의 방식을 따르기 힘이 든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아내는 딸이 조금이라도 다치거나 아플까 봐 조바심을 낸다. 딸이 두 살 때는 감기 때문에 거칠어진 들숨에 놀란 아내가 119를 불렀다. 7살 딸은 요즘 3세도 타고 다니는 킥보드가 없다.
5월이면 그런 아내와 함께 산지 10년이 된다. 소심한 나는 종종 아내와 싸우고 나서 가출을 계획하기도 한다. 하지만 혼자 어딘가로 가기에는 외로움을 잘 탄다. 본가에 가면 부모님이 걱정하실 테고, 내가 없으면 딸이 심심할 것 같다. 토라져서 안방에서 나와 마루 소파에 혼자 누워있는다. 나처럼 잘 삐지지는 않는 '고양이 아내'가 나와서 화해의 제스처를 취한다. 그런 아내에게 고마움이 크다. 분쟁의 원인은 따지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