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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군 Apr 18. 2021

난생처음 감사일기

지난 진급 탈락 이후 전환점을 만들어 보려고 많은 시도를 하고 있다. 책을 틈나는 대로 읽어보고, 블로그 포스팅도 열심히 해본다. 독서는 나의 한정된 경험과 사고에서 벗어나 생각의 폭을 넓히는데 도움을 준다. 나를 돌아보고 깊은 생각을 하는 것에 얼마나 소홀했는지 깨닫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독서의 효용에 대해서 얘기하지만, 책을 읽는 사람은 많지 않다. 건강과 장수의 열쇠는 운동인 것을 알지만 운동을 주기적으로 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과 같은 상황인 것일까?


몇 주 전에 읽은 '우울할 땐 뇌과학'이라는 책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 우울한 성향은 같은 상황에 대해서 뇌가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패턴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정적 회로를 극복할 수 있는 키는 '감사'라고 한다.


'우리 뇌에는 감사 회로가 있는데, 이 회로는 심각한 운동 부족 상태다. 감사 회로를 튼튼하게 만들면 육체 및 정신의 건강이 향상되고, 행복감이 커지며, 수면이 개선되고, 다른 사람들에게 더 깊이 연결되어 있다고 느낀다.'


'감사는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가진 것들의 가치를 실제로 음미하는 데서 오는 감정이다. 다른 사람이 무엇을 가졌는지 갖지 못했는지 상관없다. 감사의 힘은 시기심을 줄이고, 이미 자신이 지니고 있는 것의 가치를 높이고, 그럼으로써 삶에 대한 만족도를 높여주는 데 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 다른 사람들도 나에 대해 사회적 비교를 할 것이라 가정할 가능성이 크고, 자신이 비판받고 배제된다고 느낄 수 있다. 한편, 사람들에게 감사와 친절, 연민을 표현하면 긍정적인 사회적 회로가 작동한다. 그리고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이런 감정을 느낀다면 다른 사람도 자신에게 이런 감정을 느낄 것이라고 가정할 가능성이 커진다.'


감사 일기를 처음 써본다. 오늘 있었던 일 중에 세 가지.


하나, 토요일 끊임없는 딸의 웃음소리에 감사하다. 7살 우리 딸 하루가 다르게 생각과 말이 어린이가 되어가고 있다. 아빠가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를 물어보기도 하고, '사람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와 같은 철학적? 생물학적? 종교적? 인 질문도 한다. 오늘은 딸과 종이 접기도 하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도 했다. 딸을 안아주기도 하고 목마를 태워주기도 했다. 사소한 즐거움에도 '까르르'하고 웃는 아이를 보면 행복해진다. 지금과 같은 천진난만함이 계속되기를 바래 본다.


둘, 아내의 검소함에 감사하다. 아내는 옷을 살 줄 모른다. 검소함이 몸에 배어 있어서인지 옷을 사는데 허투루 돈을 쓰지 않는다. 주말 외출 때 입는 청바지가 한벌뿐이다. 역시 검소한 내가 보다 못해서 아내가 벗어놓은 청바지의 사이즈를 보고 인터넷에서 세일하는 청바지 세벌을 주문했다. 나름 아내의 깜짝 선물이 오늘 도착했다. 아내가 입어보더니 두벌은 환불하라고 한다. 자신은 한벌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깜짝 선물에 대한 부루퉁한 반응에 서운해하니 아내가 뒤늦게 고맙다며 안아주었다. 아내의 검소함으로 언젠가는 부자가 될 것 같다.


셋, 토요일 집에서의 편안한 휴식에 감사하다. 뒷 베란다에 보이는 나무들의 잎들이 점점 푸르게 변하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계절의 변화가 더 뚜렷하게 느껴진다. 겨울에 남김없이 떨어진 잎들이 봄이 되면 강한 생명력을 뿜으며 돌아온다. 주말 외출은 미세먼지 때문에 못했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지냈다. 점심에 내가 만든 카레를 딸이 맛있게 먹었고, 저녁에는 오랜만에 치킨도 먹었다. 딸이 커서도 아빠가 해준 카레를 찾아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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