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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군 May 16. 2021

007도 퇴사를 꿈꾸었을까?

언제부터인지 나에게 '농담'을 하는 능력이 줄어들어버린 것 같다. 과거에는 '재미있는 사람'까지는 아니었지만 '썰렁한 농담'과 같은 언어유희를 곧잘 시도하는 사람이었다. 현재는 '아재 농담'으로 치부되기도 하지만, 아직 소수의 마니아층은 언어유희를 좋아한다고 믿고 있다. '농담'은 삶에 대한 여유를 의미한다. 007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삶과 죽음'의 아슬아슬한 순간에서도 가벼운 농담을 던지며 위기를 넘기곤 한다. 물론 007은 직업 특성상 생명보험을 들기 어려운 위험한 직업이다. 위험한 순간이 주는 중압감을 가볍게 넘기는 멘탈이 있는 사람만이 정년까지 직업을 유지할 수 있다.


사실 나는 회사원인 나에게 '진지한 직원'의 이미지를 덧 씌우기 위해서 농담을 자제했다. 그런 시간이 의도치 않게 길어져서 농담을 점점 잊고 사는 것 같다. 그 배경에는 우리 팀의 팀장도 여유가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도 한 몫하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팀장들이 그렇지만 우리 팀장은 이번이 처음으로 팀장을 맡은 젊은 팀장이고, 부서장과 사전 유대관계가 없다. 부서장에게 잘 보여야 하는 욕구가 큰 사람이기에 그만큼 팀원들에게 여유를 주지 않는다.


팀장은 팀원들을 칭찬한 적이 별로 없다. 항상 +알파를 요구한다. 팀원들이 보고자료를 제출하면 본인이 +알파를 발견하여 대폭 수정한다. 그만큼 팀원들은 자신의 업무능력에 대해 자괴감을 느끼게 되고 팀장에게 의존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흔히 말하는 '똑똑하고 부지런한' 팀장의 대표 격이라고 할 수 있다. 팀에서 생산한 보고자료의 질은 높다고 말할 수 있지만, 팀원들이 성장하기에는 제한된 환경이라고 볼 수 있다. 더불어 팀원들의 팀 생활에 대한 만족감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업무의 결과물에 대해 숙고하는 태도는 생겼지만 자신감이 높아지지는 않았다.


회사생활에서의 불만족은 생활 전반의 무력감으로 다가왔다. 내가 생각하는 회사생활은 워라벨을 유지하면서 최대한 여유시간과 여유로운 마음을 갖는 것이었다. 하지만 진급 누락과 같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회사생활에서의 보상은 삶에서의 성취가 미달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삶에서 작은 부분으로 제한하고자 했던 회사생활이 삶의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가 영리하게 설계해 놓은 직원 관리 수단에 걸려든 것인가?


내가 회사를 너무 만만하게 본 것 같다. 회사생활에 맞지 않는 사람이 가볍게 회사생활을 하여 발생한 재난이라고 봐야 할까? 요즘 '퇴사', '프리랜서', '자기 사업'을 주제로 한 베스트셀러들이 많은 것을 보면 회사생활이 적성에 맞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부'를 주제로 한 베스트셀러는 우리에게 '자본가', '사업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자본가들에게 고용되어 자신의 시간을 저당 잡혀서 적은 월급에 매어있기보다는 자본가가 되어 시간과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사람이 되라고 한다. 작지만 안정적으로 회사에서 나오는 월급을 자본가가 근로자를 노예화하는 '마약'이라고 칭한다. 현대의 교육은 자본가가 노예를 생산하기 위해 설계한 시스템의 일부라고 말한다.


 모범생으로 학교생활을 했던 나 역시 부지부식 간에 노예화되어 '성실하게' 회사를 다니고 있는 것일까? '자본가'로서의 성공이 그리 쉽다면, 많은 사람들이 회사에 다니고 있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베스트셀러가 쓰인 미국과 우리나라는 시장규모와 사업환경이 달라서 우리나라에선 자본가로 성공하기가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자본가로 사업을 하게 되면 매출과 수익에 대한 부담감이 다를 것이고 그에 따른 스트레스 역시 회사원과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007도 회사생활을 하면서 프리랜서를 꿈꾸곤 했을까? 007에게 제공된 다양한 복지혜택에 매료되어 회사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것일까? 007은 최소한 농담의 여유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면 회사생활의 스트레스에 잘 대처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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