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의 '거시기 머시기'를 읽고
글은 암벽 같은 딱딱한 것을 긁는 것을 어원으로 합니다. 흔적을 남기는 것이죠. 긁다, 그리움, 그림 전부 글에서 나온 겁니다. 책은 글입니다. 어떤 흔적을 남기니까 시간이 공간화됩니다. 말한 것은 사라지지만 긁는 것은 흔적으로 남습니다.
그리움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것은 사라지지만 그리움은 마치 책에 글자처럼 여러분 가슴속에 긁혀있죠. 책을 읽는다는 것은 글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책을 읽을 때 우리는 마음속에 하나의 글자를 남기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