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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차려 이 여자야.

철썩 내 뺨을 쳤다.

아프다. 또 병이 났다.

계속 열이 오르내리고 아프다.

하루종일 머리가 지끈거리고

코는 막히고, 목은 쉬었다.


머리 밑이 다 벗겨지고

밑으로는 또 피가 비친다.

온갖 통증에 시달리고 있자니

정말 총체적 난국에 개똥이다.


몸이 모든 기력을 소진한 건지

가만히 앉아있어도 힘이 든다.

아침에는 눈을 뜰 수가 없고

낮에도 병든 닭처럼 픽 쓰러진다.


나는 백순데, 분명 쉬는 중인데

대체 왜 자꾸 아픈 걸까.



도저히 재활치료를 갈 힘이 없어서

원장님한테 한 번만 째자고 했더니

원장님이 헛소리 말고 오라고 했다.


방금 전까지 자다 일어났음에도

날밤을 샌 듯 초췌한 나를 보더니  

요즘 잘 먹고, 잘 자냐고 물었다.


입맛이 없어서 끼니는 대충 때우고

피곤해 쓰러지지만 잘 자진 못한댔다.

그는 일단 잘 먹어야 기력이 난다며

식사와 영양제를 챙겨 먹어보라 했다.


그래 그렇게 안 먹어서 뭔 힘이 나겠니.

그의 말대로 뭐든 먹어야 힘이 나고,

그래야 뭐든 할 수 있을 거 같아서

당장 먹을거리와 영양제를 주문했다.



휴직 후 첫 한 달은 정말 잘 지냈다.

6시에 일어나 하루를 알뜰히 썼고

에너지가 넘쳐나서 종일 날아다녔다.

그 여자는 어디로 가버린 걸까?


아무도 부과하지 않은 과업을 주고

나를 닦달하며 쪼아대긴 했어도

그자와 함께하는 시간은 즐거웠다.

뭐든 할 수 있었고, 항상 설레었으니까.


해야 할 것들은 많은데 비해

주어진 시간은 턱없이 짧았고

조급한 마음에 매 순간이 아쉬웠다.

대체 누가, 무엇이, 왜 그리 급한 걸까.


자면서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실컷 자고 일어나면 자괴감이 들고

이러려고 휴직을 한 건가 의문이 든다.

근데 사실은 이러려고 휴직한 게 맞다.



몇 년치의 피로와 켜켜 묵은 독이

하루아침에 깨끗이 사라질 리 없다.

반년은 푸욱 쉬면서 먹고 자기만 해도

겨우 몸이 나아질까 말까 일 거다.


근데 그 쉬는 반년 간 또 뭘 해보겠다고

아침저녁으로 수험생마냥 달달 볶아대니

안 그래도 약해빠진 몸이 남아날 리가 있나.

쓰다 보니 아픈 이유가 뭔지 알 것도 같다.


그러니까 아픈 거다. 이렇게 막 써대니까.

내 삶의 최우선 순위는 건강이어야 하는데

나는 건강을 젤 뒤로 젖혀놓고 딴짓만 했다.


하고 싶은 것들은 여전히 가득하다.

읽고 싶은 책도 많고, 쓰고 싶은 글도 많고

가보고 싶은 곳도, 만나고 싶은 이도 많다.

그러나 몸이 아프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걸 자꾸만 잊어버리니 이 모양 인다.



본질을 잃으면 중심이 흔들리고

중심이 흔들리면 한순간에 무너진다.

지금 내 삶의 본질은 잠시 멈춰 선 것이고

그 목적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 본질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틈틈이

중심을 잡고 자주 호흡을 가다듬어야 한다.

자꾸만 본질을 잊고 흔들리는 나의 뺨을 내려친다.


정신 차려 이 여자야.

안 그럼 또 무너져 너.
올해만 살고 죽을 것도 아니잖니

그러니 조급해말고 한 발씩 가자 제발.


한쪽 뺨이 얼얼하다.

정신이 조금 또렷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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