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밍영잉 Oct 02. 2024

네덜란드에서는 유명하지 않은 동네를 꼭 가봐야 한다

네덜란드의 분위기 물씬 풍기는 동네

오늘은 중앙역 쪽이 아닌 완전히 반대 방향의 동네를 구경할 생각이다. 풍차가 유명한 동네라고 한다. 오늘도 역시 센느와 아이들이 학교로 간 사이 간단히 요깃거리를 만들어 먹은 후 집을 나섰다.


페리 선착장으로 걸어가는 길은 제법 모던하고 평화로웠다.

처음 걷는 길이라 그런가, 눈이 마주친 귀여우신 할머니와 활짝 웃으며 인사를 나눠서 그런가,

아직 해가 완전히 뜨지 않아 우중충한 풍경에도 마냥 신이 나 노래를 흥얼거리며 길을 걸었다.


역시 중앙역행이 아니어서인지 통통배스러운 페리 가 선착장에 도착했다.

아, 여기서는 페리가 전부 무료다!


여라 도시를 여행하며 느낀 공통점은, 관광객이 없는 동네일수록 사람들이 친절하고 웃음이 많다는 점이다. 당연한 건가?


길을 걷다가 문득 작은 가게 앞 갑판대 위에 올려진 빨간 바나나 한 송이가 눈에 띄었다.

빨간 바나나라니, 참을 수 없지!

갑판대에서 빨간 바나나 한 개를 집어 들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주인아주머니는 활짝 웃으시며 나를 맞이해 주셨다. 안에 계시던 손님(과 동네친구 그 사이의 관계로 보였다.)과 사장님은 나를 마치 벗찌 씨 여섯 개를 내민 어린아이처럼 대해주셨다. 가격도 보지 않고 계산대 앞에 선 탓에 2센트가 모자라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별거 아니란 듯 웃으며 손에 쥔 20센트만 가져가 주셨다.

빨간 바나나를 든 채 아주 발랄하게 감사 인사를 하고 가게를 나왔다.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 이상으로  어린아이처럼 어여삐 여겨주심에 부응하기 위해 어린아이 마냥 행동한 구석도 있던 것 같다.^^


빨간 바나나는 평소에 먹던 바나나보다 쫀득하게 숙성된 텍스쳐였다. 조금은 느끼할 수도 있는 단맛이었다.



누군가 암스테르담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을 알려달라고 한다면, 나는 오늘 걸은 그 길과 동네를 추천하고 싶다.

예쁘게 잘 꾸며져 있다던, 유명해 마지않는 잔세 스칸스 마을보다 이 마을의 정취와 여유로움 그리고 색 벗겨진 풍차가 더 네덜란드스러웠기 때문이다.




커피 마시러 가는 길,

우연히 늘어선 전통시장을 봤다. 입구 바로 앞 과일가게가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젊은 아저씨가 신명 나게 장사를 하고 계셨다. 내가 그 앞으로 다가가니 “세 봉지에 1유로~~ 나 오늘 집에 빨리 들어가서 영화 봐야 돼!!~~~”라고 쉼 없이 외치셨다. 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게끔.


엄청 달고 맛있는 귤 세 봉지를 1유로에 구매했다. 센느이모와 애기들과 나눠먹을 생각에 신이 났다. 과일 가게 사장님도 얼른 퇴근하고 집에 가서 영화를 보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셨길.


매거진의 이전글 암스테르담 제일가는 치즈케이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