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분위기 물씬 풍기는 동네
오늘은 중앙역 쪽이 아닌 완전히 반대 방향의 동네를 구경할 생각이다. 풍차가 유명한 동네라고 한다. 오늘도 역시 센느와 아이들이 학교로 간 사이 간단히 요깃거리를 만들어 먹은 후 집을 나섰다.
페리 선착장으로 걸어가는 길은 제법 모던하고 평화로웠다.
처음 걷는 길이라 그런가, 눈이 마주친 귀여우신 할머니와 활짝 웃으며 인사를 나눠서 그런가,
아직 해가 완전히 뜨지 않아 우중충한 풍경에도 마냥 신이 나 노래를 흥얼거리며 길을 걸었다.
역시 중앙역행이 아니어서인지 통통배스러운 페리 가 선착장에 도착했다.
아, 여기서는 페리가 전부 무료다!
여라 도시를 여행하며 느낀 공통점은, 관광객이 없는 동네일수록 사람들이 친절하고 웃음이 많다는 점이다. 당연한 건가?
길을 걷다가 문득 작은 가게 앞 갑판대 위에 올려진 빨간 바나나 한 송이가 눈에 띄었다.
빨간 바나나라니, 참을 수 없지!
갑판대에서 빨간 바나나 한 개를 집어 들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주인아주머니는 활짝 웃으시며 나를 맞이해 주셨다. 안에 계시던 손님(과 동네친구 그 사이의 관계로 보였다.)과 사장님은 나를 마치 벗찌 씨 여섯 개를 내민 어린아이처럼 대해주셨다. 가격도 보지 않고 계산대 앞에 선 탓에 2센트가 모자라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별거 아니란 듯 웃으며 손에 쥔 20센트만 가져가 주셨다.
빨간 바나나를 든 채 아주 발랄하게 감사 인사를 하고 가게를 나왔다.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 이상으로 어린아이처럼 어여삐 여겨주심에 부응하기 위해 어린아이 마냥 행동한 구석도 있던 것 같다.^^
빨간 바나나는 평소에 먹던 바나나보다 쫀득하게 숙성된 텍스쳐였다. 조금은 느끼할 수도 있는 단맛이었다.
누군가 암스테르담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을 알려달라고 한다면, 나는 오늘 걸은 그 길과 동네를 추천하고 싶다.
예쁘게 잘 꾸며져 있다던, 유명해 마지않는 잔세 스칸스 마을보다 이 마을의 정취와 여유로움 그리고 색 벗겨진 풍차가 더 네덜란드스러웠기 때문이다.
커피 마시러 가는 길,
우연히 늘어선 전통시장을 봤다. 입구 바로 앞 과일가게가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젊은 아저씨가 신명 나게 장사를 하고 계셨다. 내가 그 앞으로 다가가니 “세 봉지에 1유로~~ 나 오늘 집에 빨리 들어가서 영화 봐야 돼!!~~~”라고 쉼 없이 외치셨다. 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게끔.
엄청 달고 맛있는 귤 세 봉지를 1유로에 구매했다. 센느이모와 애기들과 나눠먹을 생각에 신이 났다. 과일 가게 사장님도 얼른 퇴근하고 집에 가서 영화를 보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셨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