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 안녕!
오늘도 하루의 마무리는 멜리의 쿠키바다.
내일 또 오겠다는 내 인사말을 기억하신 걸까,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점원 언니가 아주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잃어버린 우산은 찾았어??"
잃어버린 내 작은 우산의 안부를 물어보신 뒤, 새로 구운 블루베리 머핀을 꺼내셨다.
"맛볼래? 방금 구워서 맛있어~!"
오늘도 어김없이 치즈 케이크를 주문했다.
점원 언니는 나와 눈을 맞추더니 슬며시 미소를 짓고는 주방에 있는 멜리 몰래 내 치크케이크를 더 크게 썰어주셨다. 나도 크게 썰린 케이크를 보고선 점원언니를 향해 눈을 질끈 감으며 웃어 보였다.
오늘 주문한 치즈케이크는 내가 먹을 케이크는 아니었다. 내 암스테르담 단짝, 센느 이모에게 줄 선물이었다.
오늘의 빵은 비건 글루텐프리 베이커리의 파운드케이크다. 한국에 있는 비건 베이커리는 보통 빵에 비해 두 배가 넘게 비싼 것이 보통이지만, 이곳 암스테르담에서는 시티 센터에 있는 카페 디저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비건 빵을 살 수 있다.
이것저것 신중하게 고민하다가 고른 오늘의 빵은 바나나 파운드케이크, 쌀가루로 만들어져 부스러지는 식감이 좋았다. 커피와 함께 먹으면 부스러진 빵 입자 사이로 커피가 스며들며 풍미가 더해진다.
여행 중 예쁘고 먹음직스러운 빵과 쿠키가 진열된 카페를 보면 내 친구 지은이가 떠오른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쭉 친구들에게 쿠키를 만들어주곤 했던 지은이다.
그때만 해도 익숙지 않았던 마카롱을 직접 만들어 생일선물로 주기도 했었으니, 제과제빵에 관심이 참 많았던 친구였다.
지금은 목표가 바뀌었을지도 모르지만, 언젠가 말했듯 지은이가 가게를 연다면 이렇게 예쁘겠단 생각이 들곤 했다.
여드레다. 원래 머물기로 작정했던 기간보다 두 배 더 길게 머무른 암스테르담이었다.
노을 지던 저녁의 풍경이 선명했던 암스테르담.
빈티지 거리를 실컷 구경하다가 피로한 다리를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봤던, 물길 위를 빗기던 석양과 일렁이는 표면이 마음 깊이 새겨져 있다.
함께 한 시간이 길수록 더 아쉬운 법이다.
다음 행선지인 바르셀로나로 이동하는 날이다.
배낭을 짊어지고 현관문 앞에 섰다. 센느와 아이들과 포옹을 하고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눴다.
“건강히 잘 지내세요!!”
길을 걸어 등 뒤로 창문이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거실 창문에 붙어 해맑은 얼굴로 손을 흔드는 아이들. 정말이지 듬뿍 귀여운 풍경이었다.
안녕!
일과를 마치고 집에 들어오면 소파에 앉아있는 센느 이모와 아이들이 인사를 한다.
“다녀왔어요~”
“오늘 하루는 어땠어?”
배낭도 내려놓지 않은 채 신이 나서 오늘 하루 있었던 재미난 일들을 늘어놓으면 센느 이모는 항상 잘 듣고 웃어 주시곤 했다.
8시가 되면 우다다 내 방으로 달려와 슬레브레커r~하고 굳나잇 인사를 해주던 애기들, 아이들이 잠든 후 거실 소파에서 이모와 나눴던 이야기들, 다녀오겠습니다~라고 하면 장난스러운 몸짓과 목소리로 인사해 주던 센느이모.
암스테르담은 내게 아늑하고 몽실몽실한 도시로 기억될 것 같다. 아, 비 오는 날이 많았으니 몽실몽실 보단 뭉실뭉실이 더 잘 어울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