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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횡단 열차 안, 러시아 교실이 열렸다

잊지못할 이별과 시베리아 횡단열차 안 러시아어 교실

by 밍영잉

"민영아 잠깐 거 실로 나와봐!"


늦은 밤, 기차를 타기 위해

짐을 정리하고 있는데 안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거실로 나가니 안나와 엘리나는 뒷짐을 진 채 서 있었다.

둘은 장난스러우면서도 아쉬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 이 친구들 정말…'


“그냥, 너 떠나기 전에…”

두 자매는 각자 뒤에 숨긴 손을 내밀었다.


“이거, 우리 선물.”


투박한 엽서 한 장과

작은 초콜릿 한 상자였다.


엽서에는 반반 나누어

한쪽에는 안나가,

다른 한쪽에는 엘리나가

영어로 꾹꾹 눌러 쓴 편지가 적혀 있었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안나.

결국 너도 울고, 나도 울고.

늦은 밤, 눈물의 작별 인사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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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시간이 늦었음에도

두 자매는 끝까지 나와 함께 택시를 기다려 주었다.


“진짜 잘 가.”


택시가 도착하고

나는 다시 한 번 안나와 엘리나를 껴안았다.

그리고 아쉬운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택시에 올랐다.


내가 탄 택시가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는 두 자매의 모습은

오래도록 마음에 담겼다.


길든 짧든,

사랑스러운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방법을

조금씩 배우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따뜻한 손길과

진심이 담긴 작은 선물 하나를 가슴에 품고

다음 행선지로 향하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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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열차 안, 니나할머니의 러시아어교실


올해로 82세, 니나 할머니.

같은 칸 테이블에 마주앉아 점심을 먹고

창밖으로 내 리는 비를 함께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할머니가 손가락으로 유리창을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나는 잠시 멈칫했다.

할머니는 다시 한 번 또박또박 발음하셨다.


“더쉬.”


"아, 비… 더쉬!"


그렇게 시작된 니나 할머니의 러시아어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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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발음하시면, 나는 따라 했다.

“더쉬.”

“더쉬!”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칭찬해 주셨다.

“매~알라찌에츠!” (잘했어!)


하지만 내 발음이 조금이라도 어색하면,

할머니는 다시 천천히 반복해 주셨다.


“아니야, 이렇게. 더-쉬.”

“더…쉬?”

“응, 맞아! 아주 잘했어!”


그렇게 나는 비, 컵, 할머니, 나무

같은 단어들을 하나씩 배웠다.


옆 칸의 아주머니도

옆에서 이상한 발음이 들리니 흥미로우셨는지

우리 칸에 와서 웃는 얼굴로 지켜보셨다.




하루가 흘러 기차는 노보시비르스크에 도착했다.

니나 할머니는 목적지에 내리기 위해 짐을 챙겼다.


“니나 바부시카, 빠까!”

할머니가 알려주신 단어로 작별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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