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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러시아에서 살아남기
15화
한국에서 왔어요? 반갑디 반가운 질문이었다.
한국인의 정을 여실히 느낀 하루
by
밍영잉
Mar 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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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온 리스트비얀카는
생각보다 할 것이 많지 않았다.
호숫가를 거닐며
생각에 잠겨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점심은 그냥 집에 돌아가서 해결해야지.’
그렇게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그때,
한 승용차가 내 앞에 멈추더니
까만 창문이 지-잉 내려갔다.
“한국에서 왔어요?”
“호에엥 네!”
“어디 가요?”
“이제 구경 다 해서 이르쿠츠크 시내로 돌아가려고요!”
“우리도 조금 돌아보고 갈 건데, 타요!”
어… 어…?
“감사히 타겠습니다! ^0^”
차에는 가이드를 해주시는 분,
그리고 두 명의 아저씨가 계셨다.
세 분 모두 인자한 미소로 나를 반겨주셨다.
뒷자리에 올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나 홀로 여행의 유일한 단점을 털어놨다.
“전신사진을 못 찍는 게 아쉬워요.”
“오늘 실컷 찍어줄게요!”
그 말대로,
이날 나는 원 없이 사진을 남겼다.
인생 샷도 한가득.
사실 이미 혼자 구경을 마친 후라
같은 장소를 다시 돌아보면
지루할 거라 생각했지만
아저씨들과 함께 바이칼 호수를 걷고
호숫가 역사박물관에서
가이드님의 심도 깊은 설명을 들으니
눈으로만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박물관 입장료도 내주셨다..ㅎ)
점심때가 되어 호숫가 맛집으로 향했다.
바이칼호에서만 잡히는
유일한 어종, ‘오물’ 구이.
혼자서는 비싸서 엄두도 못 내던 훈제 오물을
맥주와 함께 곁들이며 도란도란 대화를 나눴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내게 친절을 베풀어 주고 계신 이분들은
각각 삼성건설 소장님과,
내 고향 고등학교 출신의 젊은 건설사 사장님이었다.
이런 우연한 인연이!
용기 있는 청년이라 칭찬해 주시고
예뻐해 주시니,
동행하는 하루 종일
불편함 하나 없이 재잘재잘 수다 떨며
신나게 여행할 수 있었다.
마지막까지도 너무나 그리웠던
한인 식당에서 저녁까지 사주시고
기차에서 먹으라며
마트에서 과일과 간식이 든 비닐봉지까지
손에 꼭 쥐어 주셨다.
한사코 거절했지만
반강제로 손 들린 선물.
꿈같은 하루였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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