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승

예순두 번째 별.

by 김영은



목적을 잃은 걸음은

아니 목적을 위한 희망을 잃은 걸음은

길을 잃어버린 걸음은

너무나 무의미했고

그 무의미함에 갇혀있던 나는

더 이상의 삶의 의지조차 없었다.



나의 행복은 순간뿐이었고

만족감 같은 건 없었다.

나의 삶을 하루라고 한다면

아침 점심 저녁

꼬박꼬박 주는 밥을 먹으며

배고픔, 포만감, 배고픔, 포만감

이 둘 사이만을 왔다 갔다 하는

개와 다를 바가 없었다.



뭔지 모를 만족감은

나의 삶에서 지워지기 시작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일을 저지르고 싶은 것인지

나이는 이미 꿈을 잠식했다.

현실은 나의 미래를 어둡게 했다.



시간은 뒤 돌아갈 수 없는 길 같아서

점점 더 어둡고 춥기만 한 동굴로

그렇게 뒷걸음질 칠 여력도 없이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바늘구멍 같은 출구에

너도 나도 모여

내가 먼저 나가겠다며

서로를 물고 뜯고,





혼자만의 길을 만들기로 했다.

누가 만들어 놓았는지 모를

비효율적인 길

답답한 단 하나의 길

그 길을 두 손 뻗어 힘차게 밀고 깨 부쉈다.


맑은 공기에

약간은 쌀쌀한 날씨에

그리고 탁 트인 하늘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살이 찌길 강요하는 사육장 같은 곳으로는

다시는 돌아가지 않으리라


배가 불러

돼지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배가 고파

하늘을 바라보는

인간이 되리라


탐욕에

조아리게 하는

조아리는

그 어떤 돼지도 되지 않으리라'


나의 꿈은 단순해졌다.

감사에 조아리는 사람.

감사에 조아리게 하는 사람.


원래 있던 길에

반대로 길을 내니 꿈이 있었다.






당신들이 없었다면

나 또한 같은 길을

침을 질질 흘리며 걷고 있었겠지요.

썩어빠진 내면에 면역작용도 없이


당신들은 나의 스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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