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 번째 별.
힘없는 눈동자가 나를 괴롭히는 나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그가 밥을 먹으려 숟가락을 들어 올리는 손길에 괜스레 화가 나 역정을 냈다.
“가져와.”
짧은 말은 당신의 가슴을 후벼 팠을까. 나는 확실히 아팠다. 내가 말해놓고 바보처럼. 그렇게 한 숟갈 두 숟갈 그를 향해 밥을 먹여 주었다.
그가 잠이 들고, 해가 떨어지고 밤이 찾아오고 나서야 나는 답답한 병실을 나와 벤치에 몸을 기대고 앉았다. 이 감정은 무엇일까. 지쳐버린 것일까.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아니 말로는 표현하기 싫은 감정들이 생각들이 머릿속을 한참 복잡하게 했다. 그렇게 얼마나 앉아있었을까. 몸은 휴식을 원하지만 머리는 잠시의 자유도 허락하지 않았다. 나는 그대로 다시 몸을 돌려 병실로 올라가 그의 소변 팩을 갈고 그의 몸을 적당히 미지근한 수건으로 닦아 주었다. 가만히 그의 얼굴을 봤다. 눈을 감고 있었지만 따뜻한 눈동자는 나를 보고 있었다. 눈물이 났다. 희망은 있는 것일까. 의사가 찾아올 때마다 나는 희망을 내비쳤지만 그는 의문만을 남기고 절망을 피워낼 뿐이었다.
3개월 후 항암치료가 잘 되어 온몸에 퍼져있던 암세포가 많이 줄고 그의 얼굴에도 화색이 조금씩 돌았다. 의사는 이제야 희망을 조금씩 내비치고 있었다.
“수술을 시도해도 될 정도의 상태까지 호전됐습니다. 거의 기적에 가까워요. 지금 컨디션이 좋으니 빠른 시일 내에 수술 날짜를 잡도록 해봅시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때 나의 눈물은 행복이었을까. 이상하게도 약간은 탁한 행복이었다.
“조금만 더 버티자.”
그의 눈은 조금씩 웃었다. 입은 웃지 않았던 것 같다. 그 웃음에 가슴이 쓰려왔다.
‘나는 괜찮아.’
나는 그 웃음의 의미를 헤아리지 않은 척 그를 향해 환하게 웃어 보였다.
수술 날이 가까워왔다. 아주 멀게만 느껴졌던 희망이, 어느 정도 눈앞에 드리우고 나와 그가 마주 잡은 손엔 온기가 가득했다.
안 좋은 상황 따위는 생각지 않기로 했다. 오랜만에 긴장감 때문인지 생기 넘치는 그의 눈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가 수술 방을 들어가기 전까지 눈 맞추는 것을 그만두지 못했다. 그만두지 않았다.
“잘할 수 있지? 이제 다 왔어.”
나는 그의 긴장감을 풀어주려 눈을 보며 희망 가득한 사랑 가득한 말들을 끝없이 쏟아냈다.
갑작스레 눈빛이 변하던 그는 나를 향해 말을 했다.
“그동안 참 고마웠다. 가끔 내가 기울어진 모습 보일 때마다 화를 내던 거, 너무 미안해하지 마. 그리고 다 내 탓이라고 나 때문에 네가 그렇게 됐다고 그런 식으로 자책도 하지 마. 너무 붙잡으려 하지도 말고, 그렇다고 너무 놓지도 마. 나는 잘할 거야.”
마치 가볍게 생각하라는 듯 오히려 나를 위로하는 말에 나는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을 수가 없었다.
수술 날.
그가 갔다. 나는 그가 잠에 들고 난 후 벤치에 나와 앉았다.
끝없이 속으로 되뇌었다. 살려달라고.
그리고 기도했다. 새로운 희망 따위 바라지 않는다고. 절망 뒤에 희망이라면 나는 그것들이 전혀 반갑지 않다고. 차라리 삶을 끊어 새로운 것으로 그를 덮지 않겠다고.
하룻밤
고독한 곳에
해가 떠올랐다.
휴대전화가 소름 돋게 울린다.
‘하루는 해가 뜬 후 시작이 아니다.
하루의 시작은 절대적으로 12시를 넘어가는 것이다.
해는 새벽이 지난 후에 뜨는 것이다. ‘
나의 시작은 12시부터였다. 반드시 그래야만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