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없는 팀은 안전하지 않다
많은 리더와 HR담당자는 “우리 팀은 조용해요. 갈등이 없어요”라는 말을 자랑처럼 한다. 그러나 코칭 현장에서 진짜로 조용한 팀을 만나보면, 그 조용함이 오히려 불편한 정적, 방어적 침묵, 감정적 거리일 때가 많다.
실제로, 팀이 아무 문제 제기도 하지 않고 갈등도 없는 상태라면 그건 ‘좋은 팀’이 아니라 ‘말을 삼키는 팀’, 즉 비안전한 팀일 수 있다.
갈등 없는 조직 = 침묵하는 조직?
갈등이 드러나지 않는 이유는 갈등이 없어서가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갈등은 말해지지 않고 축적되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불만을 삼키고 있거나, 누군가는 무기력에 젖어 말하기를 포기했거나, 눈군가는 리더의 눈치를 본다. 또 누군가는 말을 해봤자 아무 일도 바뀌지 않았다고 기억한다. 사실 이런 팀은 심리적으로 닫혀 있는 것이다. 표면은 고요하지만, 수면 아래에는 정체된 감정과 회피의 패턴이 흐르고 있다.
갈등은 안전할 때 드러난다
Systemic Team Coaching의 관점에서 보면, 건강한 팀일수록 갈등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갈등을 ‘꺼내 놓을 수 있는 환경’이 있다는 뜻이다. 갈등이 있다고 해서 문제가 아니라, 그 갈등이 어떤 방식으로 다뤄지고 있는가가 핵심이다.
갈등을 ‘말할 수 있는가?’
그 갈등은 ‘공격 없이 논의되는가?’
그 갈등이 ‘구조나 기대 조정’으로 이어지는가?
이 세 가지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면, 그 팀은 심리적으로 안전한 팀이다. 그리고 그 팀은 협업이 가능한 팀이다.
갈등은 에너지다
갈등은 조직의 병이 아니라, 조직이 살아있다는 신호다. 다양한 입장과 시각, 가치관, 이해관계가 부딪히는 것은 생산과 혁신의 불꽃이 피어나는 자리이기도 하다. 갈등을 없애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갈등의 에너지를 안전하게 다루고, 흐르게 하고, 구조화해야 한다. Systemic Team Coaching은 이 갈등의 흐름을 개인 간 문제가 아닌 시스템 안에서 발생한 신호로 보고 경계의 조정, 역할 명확화, 대화의 재설계로 해결을 시도한다.
침묵의 문화에서 벗어나기
팀 안에서 갈등이 보이지 않는다면 다음을 점검해야 한다:
팀장은 갈등 표현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구성원 간의 피드백은 얼마나 자주, 솔직하게 오가는가?
감정표현이 가능한 구조(예: 회복적 대화, 회고 문화, 중재 룰)가 있는가?
회의에서는 결정만 하고, 대화는 생략되고 있지 않은가?
[팀코칭 질문 예시]
“당신이 가장 말하기 어려웠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이 팀에서 갈등이 생기면 어떤 방식으로 해결되나요?”
“갈등을 이야기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거라고 예상하나요?”
“최근 3개월간, 가장 뜨거운 토론 주제는 무엇이었나요?”
이런 질문들은 침묵의 벽을 조심스럽게 깨는 시작이다. 그리고 그 질문에 솔직히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팀은 감정이 흐르고, 관계가 작동하며, 협업이 다시 시작되는 상태로 나아간다.
“함께 일하긴 하지만, 더 이상 대화하지 않아요.”
“겉으론 협력하는 척하지만, 속은 다들 불편해하죠.”
“예전엔 잘 맞았는데, 요즘은 눈치만 봐요.”
이런 말들이 팀 안에서 반복된다면, 그 팀은 표면적 협업만 유지하고 있는 ‘중단된 팀’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중단을 회복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식은 회복적 대화(Restorative Dialogue)다.
무엇이 회복을 가로막는가?
많은 팀은 갈등이 생겼을 때, 이를 해결하려고 하지만 실제로는 방어, 회피, 책임 전가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회복을 위한 ‘형식과 구조’가 없기 때문이다. 감정이 상한 채로 다음 회의를 진행하고, 누구도 진심을 말하지 않은 채 과제가 돌아가며, 결국 서로에 대한 해석은 오해로 굳어져 간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떠한 새로운 협업도, 성과도, 변화도 시작되지 않는다. 오직 필요한 것은 회복의 출발선이다.
회복적 대화란 무엇인가?
회복적 대화란 단순한 ‘사과’나 ‘문제 해결’의 자리가 아니다. 이는 팀 안에서 끊어진 감정, 신뢰, 의미, 역할 등을 다시 연결하는 안전한 말하기의 공간이다. 회복적 대화는 다음의 특성을 가진다:
사건 중심이 아니라 관계 중심
→ “무슨 일이 있었는가?” ( X )
→ “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 ( O )
책임 추궁이 아니라 영향 나누기
→ “누구 잘못인가?” ( X )
→ “어떻게 느꼈고 어떤 영향을 받았는가?” ( O )
재발 방지보다 회복의 감정 확인
→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 X )
→ “지금 나는 어떤 감정 상태인가?” ( O )
회복적 대화를 여는 4단계 프레임
Systemic Team Coaching에서 회복적 대화를 설계할 때 다음의 프레임이 유용하게 활용된다: 이 대화는 누군가가 진행을 주도해야 한다. 코치일 수도 있고, 리더일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누가’ 말하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말할 수 있도록 공간을 여는가이다.
회복적 대화의 실제 사례
어느 팀에서 오랜 시간 쌓인 불만과 오해로 인해 팀원 간 신뢰가 크게 무너진 상황이 있었다. 팀코칭 세션에서 회복적 대화를 시도했고, 한 팀원이 조용히 이렇게 말했다.
“사실 지난번 회의에서 제가 무시당했다고 느꼈어요.”
“말을 하려고 했는데, 리더님이 끊으셔서 더는 말할 수 없었어요.”
“그때 이후로, 저는 회의 때 손을 들지 않게 됐어요.”
이 말 이후, 다른 팀원들도 조심스럽게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회의 분위기는 조용했지만, 서로의 감정이 연결되는 순간들이 일어났다. 그리고 며칠 뒤, 한 팀원이 말했다.
“이제야 팀이 진짜 시작되는 것 같아요.”
"그냥 말이라도 해보자!" – 그룹장의 딜레마
폭발적인 수요 증가로 인해 생산량 배가와 설비 증설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했던 제조그룹장 시절이었다. 출하계획을 맞추기 위해서는 휴일도 없이 라인을 가동시켜야 했다. 현장 직원들은 밤낮없이 돌아가는 근무로 인해 피로가 절정에 달했고, 현장 반장들도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었다. 판매량 증가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었고, 4개월 Forecasting에 따라 설비 증설은 계속 진행되어야 했다.
문제는 설비증설팀과의 마찰이었다. 증설 과정에서 수시로 전력이나 유틸리티를 차단하고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 때마다 생산중단을 요구해 온 것이다. 현장 직원들은 설비팀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한 번이면 족할 *셧다운(shut down) 을 여러 번 하게 한다고 오해하고 있었고, 설비팀은 자기네(생산팀)들은 위해서 증설을 하고 있는건데 협조를 제대로 안한다며 일부러 늑장을 부리거나, 작업 도중 철수를 하는 등의 어깃장을 놓곤 했다. 급기야 양 쪽 부서의 직원들끼리 욕설이 오가는 언쟁을 벌이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고,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져만 갔다.
어느 쪽의 말을 들어 보아도 일리가 있었고, 어느 누구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지지하기도 어려운 입장이었다. 그룹장으로서 궁여지책으로 내 놓은 방안은 “그냥 이야기라도 해보자!”는 것이었다. 사내 커뮤니티에 대화방을 개설하였다. 어떤 이야기라도 좋으니 공개적으로 하자는 것이었고 매일 올라온 이야기들을 읽고 또 댓글도 달고, 경우에 따라서는 중재도 하였다. 때로는 댓글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도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서로의 입장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던 것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었다. 하지만 양 쪽 부서 모두가 회사를 위해, 판매량을 맞춰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 아닌가. 다만 단기적인 대응이냐 중장기적인 대응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었다.
담당 임원으로부터 그룹장이 업무는 안하고 커뮤니티 활동만 한다는 핀잔을 듣기도 했지만 이러한 시도는 관계회복을 위한 첫 걸음이 되어 주었다. 모두는 아니었지만 이런 그룹장의 진성성을 이해해 주는 직원들도 몇몇이 생겨나게 되었다.
우리는 종종 감정이 상했을 때 상대를 탓하는 말로 표현한다. 하지만 이런 말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갈등을 키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I - message (‘나’-메시지)’다. 상대방을 비난하는 대신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중심으로 표현하는 소통 방식이다.
I - message 는 미국의 심리학자 토머스 고든(Thomas Gordon)이 개발한 대화기법으로, "나는 ~할 때, ~해서, ~한 기분이 들어."라는 구조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네가 말을 끊을 때마다, 내가 말에 집중하기 힘들고, 무시당하는 느낌이 들어."처럼 말이다. 핵심은 ‘너’가 아니라 ‘나’를 주어로 시작하여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다.
독일에서는 초등학교 1~2학년부터 I - message 를 의사소통 기술의 핵심 도구로 6개월 이상 교육하며, 아이들이 실생활에서 직접 사용해보도록 지도한다. 예를 들어 친구와 다툼이 있었던 상황에서 교사는 “그때 어떤 기분이 들었니? 그걸 I - message 로 말해볼 수 있을까?”라고 질문하며 아이가 자기 감정을 표현하도록 돕는다. 그리고 친구는 방어적인 태도 대신 그 감정을 들으며 반응하는 연습을 한다. 이렇게 반복되는 훈련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되, 타인을 공격하지 않는 방식을 배운다. 독일 교육당국은 I - message 교육이 아이들의 정서지능(EQ)과 갈등 조정 능력을 기르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본다.
조직 내에서의 I - message 와 You - message 예시
· “왜 맨날 회의에 늦는 거예요? 팀 분위기 다 흐려요.”
→ “당신이 회의에 늦을 때, 저는 준비한 내용이 무시당하는 것 같고, 팀 협업이 어려워진다는 생각이 들어요.”
· “왜 그렇게 시끄럽게 통화해요? 다 일하는데 민폐예요.”
→ “통화소리가 크니까 제가 집중하기가 어렵고 업무효율이 떨어진다고 느껴지네요.”
Co-creating은 관계를 회복하는 데서 시작된다
진짜 협업은 생산성과 과업 이전에 ‘회복’이 먼저다. 잘못 말할까봐 말하지 않는 팀, 감정을 터뜨릴까봐 숨기는 팀, 맞지 않음을 감지하면서도 참는 팀은 결국 ‘소리 없는 실패'에 가까워진다. Systemic Team Coaching은 바로 이 지점에서 말할 수 있는 공간, 감정을 연결하는 구조, 질문을 통한 재정렬을 통해 ‘중단된 팀’을 다시 ‘흐르는 팀’으로 만든다.
주) *셧다운(shut down) : 보수, 점검, 품질문제 등의 사유로 인해 일시적으로 생산공정을 중단하는 일. 셧다운(shut down) 기간 중에는 생산을 전혀 할 수가 없다.